두물머리 초감도 프로젝트 농부공부

인터뷰 7 _ 노태환, 유정숙 농부 (1) / 퍼머컬처, 세레스, 비를 맞혀야 해, 농약과 유기농1호, 빚과 그림자

인터뷰 7 _ 노태환, 유정숙 농부 (1)

/ 퍼머컬처, 세레스, 비를 맞혀야 해, 농약과 유기농1호, 빚과 그림자

시간 : 2016. 9. 5 (월)  낮 12시~ 3시

장소 : 용문 조현리, <가온들찬빛 농장>

조사원 : 디온, 알록, 방춘배

 

졸졸졸. 물이 흐르는 곳에 징검다리를 만났다. 민물 냄새가 가벼운 바람에 훅 끼쳐왔다. 이 시냇물이 ‘가온들찬빛 농장’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징검다리로 총총 건너는 것은 어딘가 정겨웠다.

들어가는 길
가온들찬빛 입구. 

노 : 물대고 로타리치고 또 한 번 갈고 두럭 짓고. 풀정리하고 거름뿌리는 데만도 4-5일 걸려. 그 다음 두럭 짓고.

디 : 지금 보니까 흙이 황토 같아요.

노 : 저게 산흙 들어온 거야. 이게 원래 여기 흙이 아니야. 여기 바닥이 얕아가지고, 흙을 떠 온 거지. 양평 쪽에서 산 하나 퍼내는 게 있어서 (가져왔지). 여기 흙은 원래는 까만, 모래 많이 섞인 거. 저런 바닥흙 이었고. … 산흙, 흙을 잘 받긴 했는데, 이게 산흙이라 유기물도 적고 밭이 아직 잘 안 만들어져 가지구. 급하게 하느라고. 여유 있게 했으며는 땅을 제대로 만들었을 텐데, 아직도 땅이 제대로 안 만들어졌어.

디 : 이 흙은 언제 받으신 거라고요?

노 : 하우스 짓기 전에 흙을 다 받고 밭을 만들었지. 여기가 저기 밑에 논 정도로 낮았었어.

방 : 딸기는 언제 심나요?

노 : 다음주 금요일날. 추석 전에. 지금 일주일째하고 (땅 갈고) 있는데.

방 : 몇 번 해야 하는 거에요?

노 : 몇 번 해야 돼. 저게 다섯 바퀴 돌아야 되는데 두 번 한 거야. 두물머리는 세 번만 돌면 되거든.

유 : 여기는 흙이 무거워. 그래서 척척해.

노 : 그리고 이 쟁기로 갈아도 얼마 못 들어가잖아. 작년에 했던, 팠던 데도 1년 동안 사람이 밟고 다닌 데는 엄청 딴딴해져.

 

유 : 어, 왔어?

디 : 오셨어요?

 

노태환 농부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유정숙 농부가 저쪽에서 다가오시면서 반겨주셨다.

 

유 : 디온이 이쪽 농장에 언제 왔었나?

디 : 저 (이곳으로 농장 이전하시고) 처음에 왔었어요.

유 : 뭐, 달라진 게 있나?

노 : 달라진 게 있지. 나무도 하나도 없던 거 나무 많이 심었고. 올해 저쪽에 버드나무 큰 거를 두개 옮겼는데 살었어. 내 올해 거둔 성과 중에, 저것만 살면 제일 큰 성과야. 웃음. 아유, 올해 날이 워낙 뜨거워서 날마다 물 갖다 부어주구. 워낙에 큰 걸 옮겨서 비실비실하네. 저쪽 거는 내가 농장 이사오던 해에 심은 거고.

방 : 자리 잘 잡았네요.

노 : 여기가 나무가 하나도 없었어.

디 : 원래 땅 사실 때 이전에 뭐였어요?

유 : 배나무밭.

노 : 원래는 그랬다고 하고. 우리 왔을 때는, 거의 묵은 땅이었어. 쓰레기 몇일 동안 몇 차 빼난 거 생각을 하며는. 여기 완전히 공터처럼, 차로 갖다 버리고,

유 : 별 쓰레기가 다 있어.

방 : 처음에 하우스 앉히고 농막 앉히고 할 때 고민 많으셨겠어요. 

노 : 카달로그 가져와봐. 우리가 농장 들어오기 전에 머릿속에 그려봤던 거야. 근데, 좀 쓰다보니까, 요것 좀 다시 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쓰다보니까 불편하니까 에이, 좀 다시 만들어야겠다 싶어.

방 : 뭐가 불편하세요? 동선?

노 : 아니, 휴게실도 너무 작고. 그리고 마당이 좁은 느낌이 들어서, 저걸 좀 안으로 밀어 넣구. 이거는 대략 해놓은 거고 내가 예전에 지적도에..

리플렛
리플렛에  있는 농장 그림. 현재 그림과 같이 거의 조성이 된 상태라고 한다.

노 : 그게, 리플렛이, 교육농장 하면서 만든 건데 우리가 그때 농장 어떻게 만들지 생각한 거를 가지고 만든 거거든.

디 : 이 리플렛 언제 제작한 건가요?

노 : 3년 전에. 2013년에. 우리가 여기 온 게 언제였드라?

유 : 6년째 가. 2011년에 왔어.

 

이 농가는 2009년 두물머리 지역이 4대강사업 지구에 포함되었을 때 농지를 지키려고 저항하다가, 2011년에 이곳 용문에 땅을 얻어 농장을 이전해왔다.

 

퍼머컬처? 세레스도 갈 뻔 했지

인터뷰 전에, 퍼머컬처 농장 디자인 이야기를 한 두 번 나눈 적이 있었는데, 농부님들이 예전에 퍼머컬처 공부를 하셨던 이야기를 해주셨다.

유 : 내가 옛날에 퍼머컬처 임경수 박사님께 배웠어.

방 : 그때 수료식도 하고요?

유 : 그럼, 우리는 강사 불러놓고 했지. 우리는 안 해본 교육이 없어. 사무실 운영도 해야 되잖아? 그래서 농협 가서 통계학도 배우고 대차대조표도 배우고, 진짜 안 배운 거 없어. 그래서 ‘아이고, 이 친구들도 (퍼머컬처 공부)하는구나.’ 그랬지. 페북 보면서.

노 : 그때 우리 지금, 한 열 명 정도 되는 주 멤버들이 있잖아. 그 사람들이랑 공부모임을 했었어. 한 몇 년 동안. 그때 맨날 술먹구 그랬는데, 그래도 하긴 했어. 웃음. 그때 줏어들은 것 가지고, 그때 한 번 해놓은 것 가지고 지금까지 뜯어먹고 있지. 웃음.

유 : 그래서 퍼머컬처를 가지고 농장 꾸미는 거는 그때 다 생각했었어. 생명 역동농법도 배우고.

노 : 그때, 호주도 한 번, 뭔 가든인가 있었어.

알 : 크리스털 워터스요?

노 : 어...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뭐, 퍼머컬처 하는. 호주에 거기 한 번 가니 어쩌니 그런 얘기까지 하고 그러다가, 사대강 지랄하면서 못 갔지. 중단돼 부렀지. 공부니 활동같은 거.

방 : 세레스도 간다고 하고…

노 : 응. 세레스도 얘기하고 그랬지.

 

세레스(CERES Community Environment Park)는 호주의 유명한 농장이면서 환경교육장이다. 퍼머컬처의 모델이 되는 곳이기도 하며, 두물머리 농부들이 4대강사업에 저항하다 2012년 정부와의 합의문을 냈을 때, 이후의 두물머리를 세레스와 같은 생태학습장으로 조성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아직도 두물머리는 세레스와  같은 형태가 되지 못하고 있지만, 농부들은 오래 전부터 그와 같은 모델에 대해 공부하고 꿈꿔왔다.

 

유 : 그때는 능력이 됐지. 잘 나갈 때였으니까.

디 : 그런데, 활동이 중단되셨다니... 참 서운하셨겠어요.

노 : 그 때 일주일에 한 번씩, 수요일마다 모여서 몇 시간씩 앉아서 떠들어 댔거든. 일주일에 한 권씩 봤어, 책을. 그때는.

유 : 그때는 진지했어요. 나는 대충은 아는데, 2차, 3차 (술 먹으러) 가니까 나는 지랄을 했지만. 우리는 대대적인 교육을 많이 했어. 두물머리 마을회관에서. 그럼 좋은 거 있으면 우리끼리 받자고 하고 그랬어. 임경수 박사님도 초빙해서 교육받고. 여성 교육도 받고. 우리 나름대로 참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애.

방 : 그런 게 다 토대가 되었을 것 같아요.

유 : 응.

노 : 그 전에는 농민 단체에 교육홍보팀이 따로 있었으니까. 그 정도로. 정OO하고 또 한 사람하고. 그 정도로 열심히 했던 거지.

 

비를 맞춰야 해

노 : 광문이네는 성과가 어떨런지. 거길 한 번 가봐야 되는데. 그게 비가림하고 무경운이 쉽지 않거든. 비닐하우스에서 하면 땅이 경화가 되어서 물관리가 쉽지 않잖아? 차라리 노지는 괜찮은데. 

디 : 저희가 인터뷰 하면서 첫 농가로 방문을 했었는데, 그럭저럭 잘 되시는 것 같아요.

노 : 그것도 원래 하려면 겨울에 비닐 벗겼다가 비 맞추고 해야 나을 텐데. 비 맞추는 거랑 안 맞추는 거랑 차이가 많아. 올해는 고추도 병이 하나도 없어. 두럭도 별로 안 높게 했는데도 다 멀쩡해. 다른 사람들은 담배나방도 뚫어놓고 하는데 여기는 그것도 없어. 웃음.

디 : 겨울에 비를 맞추는 게 좋아지는 거에요?

노 : 그렇죠. 눈도 맞고 비도 맞고 해야 다져졌던 땅이 겨울에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다져진 게 풀리잖아. 부드러워지고? 그냥 비 안 맞추고 있으면 딱딱한 채로 있어. 그래서 뿌리 내리는 거 보면 달라. 비 맞췄던 것들은 풀 색깔도 일정하니 좋아. 비 맞췄던 것들은 색깔부터 딱 좋아. 그런데 이런 큰 시설들은 그런 것들은 못하니까. 우리는 계속 물을 퍼올렸어. 아예 논처럼.

방 : 그게 대안처럼 그렇군요.

노 : 응. 대안이지. 그런데 두물머리 땅들은 투수가 좋아가지고, 물만 잘 대도 괜찮을 거야. 그런데 그거가 결국은 땅속으로 들어가는 거지. 웃음. 그전에 보면 농업용수로 (적합판정이) 안 나오는 게 있어. 염류가, 물에 양분이 너무 많아가지고 단위는 모르겠는데 30이하라고 그래. 질산성질소라고. 물에 질소 성분이. 어떤 데는 70, 이런 데가 있어. 파밭 같은 데는, 요소 같은 거 확 뿌리고 비 오면 밑으로 다 들어가는 거야. 우리 처음에 두물머리 왔을 때는 그랬어. 근데 차츰 나아지더라고. 15, 10 이렇게 떨어졌어. 그때, **이형이랑 OO네랑 거기가 그렇게 (농업용수 적격 판정이) 안 나와(질산성질소 등 염류가 높아서). 그래가지고 물을 한 번 끌었었어. 강물을. 그런데 강물은 (농업용수 적격 판정이) 되는데, 지하수는 안 되는 거야.

디 : 지하수라고 해봐야 많이 깊이 파 들어가는 게 아니니까 그게 거의 지표수나 다름없는 수준이라 그런 게 아닐까요?

노 : 그게 그렇지. 이런데도 그런 가능성이 많아. 여기도 개울 옆이고. 땅이 얕어요. 그런데 저 위에서 생활하수나 일반농도 있거든. 그래서 좀 겁나기는 해. 엊그제도 지하수 검사를 하긴 했는데 결과가 어떻게 나올는지 몰라.

 

농약과 유기농1호

방 : 형이 경기도 유기농 인증 1호.

노 : 그 전에 전국적으로 10농가 미만으로 했어요. 그때 정농회 했던 사람들이 몇 있었어. 그런데 지역별로 인증을 주다보니까 다들 1번이지, 뭐. 여기는 29-1 이런 식으로 맨 끝자리가 인증순서인데, 그런데 내가 작년에 인증을 옮겼어. 아쉽더라도 어떡해, 제도상 그렇다고 해서. ... 엊그저께 누구 농약 검출되었다며? 그러니깐, 참 얽혀있는 문제가. 아… 그러니까 비산 문제가, 유기농하는 사람들이 꼭 죄인같단 말이야. 조마조마 하고 뭐만 좀 이상하면 농부가 죄진 것 같고. 편치가 않아. 어쨌든.

디 : 비산 사고가 있었군요.

방 : 그 옆이 바로 파밭이라고 하더라고요.

디 : 파밭...

노 : 옛날에는 제초제 성분이 거의 안 나왔었어. 그런데 이제는 많이 나오네. 그런데 뭐 어쩔 수가 없지 뭐.

 

비산(飛散). 국어사전에는 ‘날아서 흩어짐’이라고 써 있다. 하지만 이런 친환경 농업현장에서는 농약이나 제초제 성분들이 외부에서부터 날아 들어와 본 밭에서 생산한 농산물에서 검출되었을 때 이 용어를 쓴다. 이 경우 친환경 농가가 피해를 보는 입장임에도, 그 책임은 모두 그 농가가 감당하는 것이 보통이다. 팔당의 친환경 인증 농가들도 자신의 생산물을 생협 같은 곳에 출하했는데, 농약이나 제초제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보고를 듣는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아무리 양심껏 친환경 농업을 성실히 해온 농가라 하더라도, 본인이 직접 약품을 살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농산물에 그런 성분이 검출이 되면 농산물 반품, 폐기, 인증 취소, 유통 거부 등 엄청난 피해와 책임을 농가가 전적으로 지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구조 떄문에 친환경 농장을 운영하는 농부들은 주위 환경에 민감하게 신경을 쓰고 돌볼 수밖에 없지만, 본인의 통제만으로 비산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늘 조마조마한 마음이 되는 것이다.

 

방 : 형도 옛날에 농약통 좀 지고 사셨죠?

노 : 나도, 동네 노인네들 농약 다 쳐주고 그랬거든. 한 2-3년 정도. 그때는 어차피 동네 공동방제 할 때였으니까. 마스크 쓰고 밀가루같은 분제 막 뿌리고.

일동 웃음.

노 : 내가 스물 한 세 살부터 정농회 들어가서 유기농 시작했으니까, 짧게 그랬지.

디 : 그때는 두물머리에서 농사 지으셨나요?

노 : 아니. 그때는 도곡리. 내가 두물머리는 10년 딱 했어. 도곡리에서 계속 하다가 몇 년도더라? 눈이 엄청 많이 온 적이 있어. 그때 하우스 2천평을 몽창 무너뜨린 적이 있어. 그걸 어떡하나 했더니, 마침 남양주 농사짓던 애가 하우스 몇 동을 내놓는데서 내가 네 동을 맡아서 간 거거든. 그래서 두물머리에서 좀 늘려서 1500평 농사 지었고. 그리고 이제 이리로 왔고.그래서 지금 이런 농장을 세 번째인 거야. 내가 하우스 지었다 부쉈다 한 게 한 만평쯤 될 거야.

방 : 정말 대단하시네요. 지금은 또 하라면 못하시겠죠?

노 : 아휴. 안 해. 웃음.

 

빚과 그림자

노 : (저 하우스 두 동 정도는) 누가 탐내는 사람 없나. 누가 관심 있으면 잘 꼬셔가지고 나도 공동지분으로 참여를 해가지고 나도 짐을 좀 덜어놓고 빚 좀 털고. 웃음. 어쨌든 빠머컬처고 뭐고 지랄이구 간에 일단 농사꾼이 살아야지. 웃음. 살아남는 게 관건이여. 이런 빚진 인생들을. 아후. 이렇게 힘든 거를 미처 몰랐네. 옛날에는 ‘그냥 하면 되겠지... 되겠지...’ 내가 사실 그렇게 살았거든.

방 : 두물머리에서 사실 때는 빚이 없으셨죠?

노 : 그때 1억을 빚을 지고 나왔어. 빚이 7-8천 있었던 것에 2500인가, 하우스 지으면서 더 빚을 진 거야. 깝깝스러웠지만, 어찌 되겠지 했는데. 내가 두물머리에서 2년 만에 1500 갚고 거기 나올 때는 다 갚았어. 옛날에 양상추 많이 할 땐데, 1년에 10만포기 심어서 6-7만포기 낼 때였으니까. 가격도 괜찮았어. 통에 1200원 했었으니까. 그러니까 한 달에 돈 천 만원씩 들어오고 한 때도 있었어. 어쨌든 해냈고. 여기 올 때도, ‘어찌 되겄지.’ 그러구는. 역시나 좀 오만을 부린 거야. 내가 많이 고민을 했어야 했는데, 하도 그런 그린벨트도 지겹고 해서. 허허허. 내가 진짜 지금까지 그린벨트에서만 살아서.

방 : 기회는 기회셨겠지요.

노 : 그런데 상황이, 나도 나이 들어가지. 체험이나 이런 농장들도 자꾸 늘어나고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까. 그리고 다 쪼개먹기 하는 거야. 하다못해 양수리도 사람이 줄어서 딸기체험을 줄이는 상황이거든. 그런데 그런 상황이 금방 와버리네. 그리고 농사가 급히 시작하고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그리고 지하수나 일조건이 모든 게 안 좋아. 두물머리에 비해서. 지하수가 없이 그러니까 수막이 안 되니까 비싼 커튼이랑 난방하고 그러는데.

방 : 두물머리에서 하실 때 연간 7-8천?

노 : 그렇지. 그 조그만한 거 가지고도, 하우스 4동에다가 저기 쪼금 있구.

방 : 그런 식으로 하시면 괜찮은...

노 : 그치. 그때 올 때는 빚은 없었어. 그리고 두물머리 전세 6천인가 한 거. 그게 남은 거지. 그런데 여기 와가지고 애들 적금통장까지 다 털어먹었어. 보상금 쫌 받은 거 1억 한 5-6천 받은 거 같애. 뭐, 그거 여기 터 닦는데 싹 다 집어넣었지. 그리고 와서 좀 움직일라니까,... 오죽하면 여기 컨테이너에서 살고 있는데.

방 : 예상 외로 많이 들어가셨나 봐요.

노 : 그리고 어느 정도 하면 돈이 나올 줄 알았는데, 안 나와. 여기 1년에 매출 규모가 5천, 6천 이하로는 적자야. 그 이상 해야 남는 거고. 사실 농사 짓는 게, 원래는 덜 들어가야 되는데 여기 구조상 그렇게 되어 있어. 내가 여기 이렇게 규모를 갖고 해온 거는 내가 내 농장 안에서 모든 것을 순환을 해보려고 한 건데, 그게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땅이 안 만들어지니까 아직까지 외부에서 더 들여와야 하고. 농사가 문제가 되어서 뭘 또 하니까 자꾸 비용이 들고. 이런 저런 처리하려고 비용이 또 들어가고. 농사는 안 되는 데다가 비용은 더 들어가는, 이런 짝이 난 거야. 그나마 제철 농산물 내는 것도, 여기서 거기까지 왔다 갔다 하면서 하기가 어려운 사정인데. 그래도 겨울에 이거 하고 여름에는 별도의 재배시설이 없고 하니까는 그런대로... 여기는 또 지하수가 없으니까 단동 같은 거는 겨울재배가 안 되니까, 비가림이나 노지가 맞는 것 같드라고. 그래서 하는데, 그런데 그것도 쉽지 않네. 왔다 갔다 하는 문제도 그렇고. 또 사람들도 많이 모이다 보니 트러블도... 여기는, 혼자서 그냥 뒹굴뒹굴거리고 그건 좋아.

웃음.

방 : 외롭죠? 술도 한 잔 기울일 사람 없고...

노 : 아니, 술 친구들은 살살 찾아보면 또 있어. 하하

방 : 형 별명이 원래, 노상술...

디 : 하하하. 진짜. 옛날에 그러셨죠.

방 : 그럼 (술친구가 있으니) 여기도 괜찮네요. 웃음.

 

유정숙 농부의 말씀에 따르면, 노태환 농부는 여름 내  새로 사귄 동네분들과 술을 마셔서 몸이 많이 축났다고 하셨다. 하지만 꼭 그것 뿐은 아닐 것이다. 새로운 땅에, 새 흙을 부은 땅에서 다시금 예전과 같은 터전을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느라, 그렇게 몇 년 째 보내느라  두 분 다 기력이 예전같을 수는 없을 것이었다. 땅을 얻느라 진 빚의 무게도 농부들의 어깨를 누르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특유의 농담은 여전했다. 마음에 그늘이 드리우고 조금 쓸쓸한 분위기가 될 것 같으면, 다시금 장난스런 미소를 짓곤 막걸리로 입을 축이고, 그렇게 이야기가 술술 풀려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