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초감도 프로젝트 농부공부

인터뷰 7 _ 노태환, 유정숙 농부 (2) / 생산이 단단해야, 풍광, 봇또랑, 동간그늘, 하우스 탐방, 순환놀이터, 마음대로 닭장, 엄청 좋은 갈대, 시설 없으면 안 와

인터뷰 7 _ 노태환, 유정숙 농부 (2)

/ 생산이 단단해야, 풍광, 봇또랑, 동간그늘, 하우스 탐방, 순환놀이터, 마음대로 닭장, 엄청 좋은 갈대, 시설 없으면 안 와

시간 : 2016. 9. 5 (월)  낮 12시~ 3시

장소 : 용문 조현리, <가온들찬빛 농장>

조사원 : 디온, 알록, 방춘배

 

생산이 단단해야

방 : 형 1차, 2차, 3차까지 다 하고 계신 거에요.

디 : 생산, 가공, 교육체험 서비스까지.

노 : 그래도 나는 1차가. 모든 게 1차 생산이 단단해야지 나머지가 된다고 봐요. 진짜 총알이 많아야 뭘 싸워보지. 이게 농사가 제대로 안 되니까 환장하겠드만.

디 : ‘농사의 신’이시잖아요.

노 : 어우. 자존심도 상하고 어우 쪽팔리기도 하고...(헛웃음) 딸기가 한 2년을 속 썪였어. 그랬더니 사람들이 “아니, 딸기 박사가 왜 그래?”그러는 거야...

방 : 원인이 뭔 거 같으세요?

노 : ... 나도 모르겠어... 겨울에... 남향이야. 그래서 많이 가려져. 그리고 지온이 안 올라가. 그리고 땅이 산 흙이라, 거의 생흙이나 마찬가지야. 유기물도, 토양검사 해본 거 보면, 유기물도 적고 산에 많은, 땅이 약간 산성이어야 정상적인 건데, 무슨 석회 산을 퍼왔는지 7.0이 넘어! 이게! 그래서 계속 유기질 비료를 써서 그런가... 화학비료 함 써볼까... 하하하. 6.9-7.0 이러면 잘 안 된대.

방 : pH 맞추기가 어려워요?

노 : 쉽지 않다네. 그게. 아니면 황산칼슘? 뭐, 인위적으로 산성화시키는 약품이나 화학비료들을 써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는 자연적으로 pH 조정이...

방 : 솔잎이...

디 : 솔잎이 산성이에요?

노 : 응. 솔잎이 산성이에요. 풀도 안 자라잖아. 원래는 밭에는 솔잎을 잘 안 넣어요.

방 : 블루베리 할 때 넣는 거 봤어요.

노 : 어휴. 블루베리는 강산성이야.

디 : 계속 고민이시겠어요. 처음에 흙 받을 때도 고민이 있으셨을 텐데요.

노 : 그런데 내가 시간이 없어서 그런데, 이 주변의 유기물이 굉장히 아까운 것들이거든. 이걸로두 충분해요. 올해도 좀 꺾다가 말았는데, 나는 어쨌거나 나는 밭에서 나오는 풀들은 다 퇴비장으로 가요.

방 : 퇴비는 어떻게 만들어요?

노 : 볏짚이나 등겨나 주로 올해는 버섯배지. 그거가 괜찮았던 것 같애. 종균이 한 번 배양이 된 거라 그게 부숙도도 높고. 그거를 올해 겨울부터 몇 차 쌓아놓고 써야겠어. 일반 톱밥들은 거름이 잘 안 돼. 그리고 톱밥도 잘못 쓰면 폐목재도 들어오고 그래가지고.

 

얼마 전에 우연히 알게 된 친환경 버섯농가가 있어서 소개를 해드리려니 이것저것 꼼꼼히 물으신다. 유기농 농사를 짓는 곳은 밭에 들어가는 모든 요소들이 살충제에 오염되어 있으면 역시나 이후 ‘비산’ 문제 등 인증 취소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어떤 요소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노 : 버섯이 살균제는 안 쓰는데 살충제는 많이 써요. 버섯파리가 많아서.

디 : 이번에 잔류농약검사 했는데 안 나왔데요.

방 : 그러면 소개 좀 해줘요.

디 : 유기농 하시는 분들이 지력을 높이고 미생물도 많이 활성화시켜서 퇴비할 때 버섯배지 쓴다고 했더니 ‘알려달라’ 하시더라고요. 톤 빽(1톤자리 자루)으로 나온다고.

노 : 버섯배지도 폐면으로 쓰는데도 있어요.

디 : 아, 여기는 워낙 소규모로 하셔서요. 강원도 가서 톱밥을 직접 가져오신대요. 그런데... 유기는 아닐 수도 있어요. 미강을 섞어 쓰는데 유기농쌀 미강을 구하기가 어렵고 비싸서요.

방 : 도곡리 방앗간 가면 있을텐데.

디 : 비용이 일반 관행한 것보다 3배라고 했나? 암튼 비싸서 안 넣었다나 넣었다나... 기억이. 소개도 조심스럽기는 해요. 밭에 넣었을 때 문제가 되면 안 되기 때문에.

노 : 응. 아무튼. 가까우면 내가 가볼 수 있지. ...

 

풍광, 봇또랑, 동간 그늘

노 : 양배추랑 무랑 비트로 한 거야.

유 : 밥 비벼먹어. 게딱지에다.

시골냄새가 나는 밥상. 이 농장에서 난 것들과 이날은 특별히 간장게장을 꺼내오셨다.
시골냄새가 나는 밥상. 이 농장에서 난 것들과 이날은 특별히 간장게장을 꺼내오셨다.

밖에 나가서 사먹자고 하던 유정숙 농부가, 그냥 대충 차려온다 하시더니 간장게장과 계란찜을 수북히 해서 한 상 차려오셨다. 노태환 농부는 막걸리를 돌리신다.

 

디 : 저는 여기도 예전에 두 분 두물머리에 하셨던 농장이랑 느낌이 비슷해요.

유 : 물 옆에.

디 : 네. 물 옆에 이런 그늘막 있는 데에서 맥주 먹고 했는데요.

노 : 그러고 보니 그런 것도 같다.

디 : 일부러 물 있는 곳에 자리 잡으시는 거지요?

노 : 응. 항상 그렇지.

유 : 아무래도 그래. 내가 체험을 하고 그러니까. 체험을 안 할 때도 발이라도 담굴 수 있고.

노 : 내 것은 아니자만 부수적으로 쓸 수 있는 거니까.

디 : 그때도 버드나무도 많고요.

유 : 여기도 버드나무가 엄청 많았어. 여기가 좀 낮아서 수분이 많으니까 버드나무가 엄청 잘 자라.

디 : 저는 여기 들어오는데, 시골 같은 느낌이 드는 게요. 이 민물에서 나는 향이 있잖아요. 그 다슬기 냄새 같은 거.

노 : 그런 냄새가 있어?

유 : 우리는 맨날 사니까 잘 모르지.

디 : 그 냄새가 딱 나면서 아- 좋다 하는 느낌이 나요. 요즘에는 자연하천이 잘 없다보니까, 이런 경관도 참 좋네요.

방 : 뒤에도 개울이 흘러요?

유 : 봇또랑.

방 : 아. 봇또랑...

유 : 용문은 다 봇또랑으로 농사 지어.

디 : 봇또랑이 뭐에요?

노 : 물 들어가는 도랑. 물꼬랑. 중간중간 보를 막아서 물을 안으로 흘려 들여보내주는 거야.

방 : 그것 때문에 싸움도 나고.

디 : 근데 하우스를, 저쪽이 남쪽이면 이렇게, 져야 하는 거 아니에요?

노 : 원래 남북방향으로 지어야 되는데, 그럴라면 이릏게 져야 해. 그런데 이게 땅 모양이 안 나오잖아. 이릏게 지으면 겨울에 약간 유리하지.

유 : 그래도 아주 나쁜 거는 아니야.

딸기하우스
딸기하우스

노 : 이렇게 놓나, 저렇게 놓나 일조량에 큰 차이가 없어.

디 : 그렇군요. 그런 것에 대한 말들이 있더라고요.

노 : 어유, 그거 선택을 아주 잘 해야 돼. 나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거의 방향에 따라서 하우스 중간에, 하우스 동간 그늘이라고, 그거 잘못하면 많이 져. 원래 연동은 동간 그늘, 그게 심해.

디 : 바람은 어때요? 저기가 산인데..

유 : 여기가 바람이 한 번 세게 쳐.

방 : 골바람이 치나요?

유 : 쉽게 안 불어, 그런데 특별한 날이 있어. 몇 년 만에 한 번 있는 일 같어. 저쪽하고 여기하고 또 달라. 저기는 더 더워. 여기는 물이 흐르니까 모기가 별로 없어. 물 고인 데는 물이 썩으면서 뭐 생기잖아.

유 : 여기 자연 풀도 많어. 벌레들도 다양해. 이런 거 저런 거 많아요.

디 : 이렇게만 쓱 둘러봐도 나무 종류부터 많은 것 같아요.

유 : 응, 여기 장수풍뎅이나 사슴벌레도 있어.

디 : 저 산에 보이는 넝쿨은 다래야. 으름도 있고. 아는 사람들이 다 따가요. 저기 축축 쳐진 거. 그런데 응달이라 다래가 크진 않어. 그래도 심어놓으면 그늘도 돼고. 아휴. 너무 신경 쓸 게 많어요.

멧돼지, 고라니, 너구리...

디 : 지금 여기는 주로 딸기만 하시나요?

유 : 나 지금 배추 3천포기 심었어. 우리가 딸기만 하면 놀면서 살아. 그런데 우리는 내가 먹을려고 심어왔던 습관이 있어가지구.

노 : 고구마 심어놨더니, 멧돼지가 반은 수확을 했어. 그래서 일을 덜어줬어.

콩은 심어놨더니 고라니가 싹 다 먹고 갔어.

유 : 작년에는 땅콩을 한밭뙈기 해놨더니 너구리가 또.

노 : 이것들이 심을 때는 없더니 수확할 때만 나타나서.

방 : 심는 건 도와주지도 않았으면서요. 웃음.

노 : 고구마밭에 저기다가 오이망을 해놨는데, 자꾸 뽑아놔. 밖에서 들어오는 흔적은 없는데 자꾸 발자국이 찍히는 거야. 그래서 어떻게 그런가 했더니, 고라니가 팍 튀어가는 거야. 그리고 저기서 또 한 마리 확 튀어나가는 거야. 아주 고구마 밭에서 살고 있는 거야! 이것들이.

식사를 마치고 농장을 한 바퀴 돌자고 하는데 손님이 왔다. 노태환 농부가 손님을 맞고, 유정숙 농부는 우리를 안내했다.

 

하우스 탐방

디 : 여기는 비닐을 벗기셨네요?

유 : 작년에 도마도를 심어놓구는 방치를 해버렸어. 그랬더니 염류가 막 올라오는 거야.

디 : 염류요?

유 : 작물도 심어야 염류가 안 올라오지. 그래서 (비밀을) 뱃겨 버렸어. 비 맞출라고.

비닐 벗긴 하우스
비닐을 완전히 벗기고 고추를 키우는 하우스.

 

하우스에 비닐을 벗기고 빗물을 받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굳어진 땅을 풀어주는 것, 그리고 이렇게 염류 장해를 막는 것. 하우스 재배는 온도와 습도 관리가 유리하고 생산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땅을 굳게 하고 염류가 쌓이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곳 농부들은 그것을 예민하게 느끼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가끔 비닐을 벗겨서 노지 상태로 돌려 농사를 짓고 있다.

 

유 : 여기를 기를 쓰고 오늘 정리하려고 했어, 이거. 근데. 내년에는 모종을 잘 키울려고. 그게 돈 버는 거야. 딴 거 없어. 돈 안 들어가게, 사다 쓰느니 그거 해야 하는 거야.

원래 꾸준히 모종 하셨었잖아요.

유 : 원래 했지. 그런데 작년에 내가 신경을 못썼더니.

모종을 매년 받으면 품질이 떨어지지 않나요?

유 : 논산에서 받아와. F3나 같은 거를. 그러면 F4를 내가 심는 거잖아? 그럼 F5도 괜찮거든. 그런데 너무 노화가 되면 나도 안 써. 새로 개비를 해.

유 : 올해 계획은 이 두 동을 딸기 모종할 거야. 우리 딸기 모종을 했는데 내가 일본 갔다온 사이에 방치된 거야. 모종은 잘 해놨는데… 모종 런너가 많이 안 나온 거야. 겨울에 보관을 잘못했더니 런너 수가 15개에서 30개씩은 뻗쳐야 하는데 몇 개 안 뻗쳤어. 이거라도 건질라고 했는데,

디 : 올해 모종은 그럼 어떻게 하세요?

유 : 올해는 모종을 맞춰야 해.

방 : 딸기는 어떻게 심으세요.

유 : 나는 도곡리 아주머니들 불러. 그분들이 아주 꼼꼼하게 일을 잘 해주셔. 딸기는 심는 거 아주 중요하거든.

하우스
하우스 뒤로 걸어가는 유정숙 농부

 

순환놀이터, 마음대로 닭장

유 : 이것이 다래순이야. 여기는 뒷마당이에요. 원래는 공차고 뭐 할라고 그런 건데. 여기다 그늘을 조성하려고 나무를 심다 말았어. 사실은 마당으로 쓰려고 했는데 관리가 안 되는 거야. 풀이 많고. 뱀 조심해요.

디 : 뱀!

유 : 여기가 순환놀이터. 퇴비를 여기서 다 만들어요. 가을에 퇴비를 받을라고, 내년 봄에 쓸 거를 가을에 받을라고. 톱밥 배지 있잖아? 버섯사에 가서 그거를 받아오려고. 그래서 미리 야채찌꺼기 해놓고. 자가 배양을 배웠기 때문에 액비도 다 만들고 통이 아주 많아. 그런데 엉망이야. 아저씨가 여기는 자기 맘대로 막 쓰는데 내가 쫒아다니면서 정리를 하는데도 한계가 있어. 이거는 태환아저씨의 관리야. 웃음.

 

퇴비장을 설명하시면서 연신 엉망이라고 민망해하셨다. 정리가 안 되어있다고 자평하셨지만, 퇴비장은 대개 어둡고 어수선해보이는 모양새가 많다. 빛나는 작물들의 이면. 그곳에는 어두운 통에 보관된 썩는 냄새가 나는 액비와 축축하고 쿰쿰한 냄새가 나는 버섯배지들, 그리고 보통은 음식물 쓰레기라 불리울, 각종 부산물들이 진짜로 썩고 발효되는 공간이기에, 근대적 위생의 개념에 젖어있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낯선 공간일 것이다. 농부들도 자신의 퇴비간을 드러내 보이는 일이 아주 쉽지는 않을텐데, 유정숙 농부는 ‘순환놀이터’라고 이름붙인 이 공간을 소개해주었다. 어찌됐든, 이곳이 이 농장의 심장부 같은, 땅과 작물을 돌보는 데 가장 많은 에너지가 응축된 곳임은 분명했다.

 

유 : 그리고 내가 딸기 효소하고 땅에 한 600kg는 묻어놓은 게 있어. 이게 생선액비. 아미노산, 그리고 이런 거는 산야초 액비. 저거는 여뀌 액비.

디 : 여뀌로 만든 거는 뭘 하나요?

유 : 벌레예방을 하는데, 이거 독해서 개울에 풀면 물고기 다 떠버려.

디 : 오- 할미꽃 뿌리처럼요.

유 : 여뀌도 그래. 그리고 저거는 현미 토종균 있잖아? 미생물.

디 : 현미밥을 해서 미생물을 배양을 해서 뭘 만들어요?

유 : 미생물제. 미생물제를 주면 밭의 유기물이 활성화되어서 퇴비를….

디 : EM같은 건가요?

유 : 그렇지. 그리고 따라와 봐. ... 이게 우리의 ‘마음대로’ 닭장이야.

디 : 정말 마음대로네요. 벌레도 먹고.

마음대로 닭장
'마음대로' 닭장.

유 : 그러니까 되는대로 다 여기다 갖다 버리고 한 번씩 긁어서 빼내고.

디 : 옥수수 부산물, 양배추 부산물이 보이네요. 오이도 있고.

유 : 응. 아주 별 거 다 갖다 넣어서. 그러니까 우리는 거의 버리지는 않지. 다 재활용이야. 그리고 밭에서도 뭐 남으면, 이 동네 사람들은 그걸 다 빼다가 태우느라 난리야. 그런데 우리는 그러지 않지. 풀 하나라도 아껴서 쓰니까.

 

순환놀이터 탐방을 마치고 다시 뒷마당으로 나오니 신선한 공기와 함께 땅의 풀꽃들이 눈에 밟혔다.

 

방 : 여기 봇또랑이 있네요.

유 : 응. 그리로 흘러.

디 : 질경이. 땅빈대. 물봉선...

유 : 너도바람꽃도 있어. 여기 쫘악- 펴.

방 : 엉겅퀴도 귀한데 있네요.

유 : 요즘, 약한다고들 찾지. 이제 저리 가면 노지 밭이야.

 

우리는 다시 노지 밭쪽으로 안내되었다.

노지밭 안내
배 나무 있는 곳을 가리키는 유정숙 농부.

유 : 그 풀을 경운기에 해둔거 봐. 그리고 여기, 내가 유실수 올해 조금씩 심었어. 자두 두 나무, 복숭아 세 나무. 또 뭐. 이거는 매실. 대추나무…

디 : 이 소나무는 뭐에요?

유 : 하우스 빗물 내려오는 거를 빼야하니까 이 관이 있는데 보기 흉해서 급한 대로 심었어.

방 : 배수를 해야. 여기 통이 있어도 물을 빼긴 해야 되요. 넘치니까.

유 : 그래도 (보기에) 괜찮은 거 같애. 이 나무가 팍팍 자라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이거 배추 한밭떼기. 이거 혼자 하나 다 심은 거야.

디 : 잘 폈네요. 금방 활착했네요.

유 : 이거는 양배추. 이거는 무. 어머 무 나오네. 이거는 고구마밭인데 그 위에가 논이야.

디 : 아, 언니네 거에요?

유 : 응. 여기는 지역아동센터에서 모내기행사 한 거고 저 위에도 두 팀이 했어. 올해도 수확하러 올거에요.. 이거 이름표를 해놔야 체험을 한 거야. 여기는 양상추, 양배추, 무. 혼자 이거 다 심었다니까. 내가 이거 심고 더위 먹고 혼났다니까. 당근이 늦었어. 7월 중순에 들어가야 겠드라고. 이제 알았어, 내가.

디 : 고구마도 있네요.

유 : 풀 엄청난 걸 내가 맸는데, 세상에 고라니가 들어오는 데가 없는 거야. 그런데 밟은 자리가 있었어. 세상에 여기서 암수 두 마리가...

디 : 행복하게 살고 있었군요.

일동 웃음

유 : 저게 배나무여요. 여기 배나무밭이었던 데여서 내가 하나 남겨놨어. 배가 맛있대. 신고배인데.

방 : 자가수분이 안 된다고 하드라고요.

유 : 응. 안 돼. 그래서 저거를 잘라서 양쪽으로 받으면 열린대. 그런데 그냥 놔뒀어. 나는 쉼터를 만들려고 돌을 하나 갖다놓긴 했는데. 다 뭐든지 화분수가 있어야 잘 돼.

방 : 돼지감자는 뭘로 쓰세요?

유 : 저거는 좋다고, 자주 돼지감자를 심은 거야. 근데 너무 잘퍼지는 거야. 웬수덩이리야, 아주. 또 나와, 또 나와. 자꾸 나와. 그래서 내년에는 다 캐버릴거야.

알 : 저거 덖어서..

유 : 차 끓여먹고 그러면 괜찮아요. 우리는 체험오는 사람들이 이으니까, 물 한잔씩 마시고 좋드라고.

디 : 농가마다 하나씩 있으시네요. 웬수가. ㅎㅎ

유 : 논은 엄청 큰데 우리 올해 벼가 잘 안 됐어.

디 : 왜요?

유 : 거름을 초창기 때 부족하다고, 근데 엄청 바빴거든. 해서 놓쳐버렸어. 그런데 벼가 양분이 부족해서 잘 안 됐어. 그래도 우리는 이거만 먹는다고 내눠버리는 거야. 쌀이 많으니까. 웃음.

노지
노지 밭. 배추를 심은 둑 너머로 돼지감자가 장벽처럼 자랐다. 배추밭 아래로는 고라니를 막기 위해 말뚝을 박고 그늘을 쳤다. 이런 말뚝에 전구를 달아 불을 밝혀놓기도 한다.

유 : 아이고. 이렇게 고라니가 빼먹었네. 어! 어째 이렇게 다 난리 폈지? 애아빠가 그러는 거야. 고라니가 양배추를 뽑아놓긴 했는데 쓸만하다는 거야. 그런데, 뭐야, 다 뽑아버렸네.

디 : 여기 망도 쳐놓으셨는데….

유 : 어떻게 해…

디 : 이 전구는 뭐에요?

유 : 불 켜놨지. 고라니 내려오지 말라고. 또 양배추 심어놓고 복희를 매달아놨지. 고라니 오지 말라고. 심어놓고는 몇일 괜찮았지. 복희도 매달아놔서 잘 지켰지. 그런데 그 안에 있는지를 모르고. 그런데 양배추를 다 뽑아놔 버렸네.

디 : 잘 지켜진 데도 있는데 저기는 못 지켰네요.

유 : 우리 아빠, 상심하겠네... 우리 복희가 출장도 나가거든. 올해도 몇 번 갖다가 매놨어.

디 : 하하하. 야생동물 대비는 집안동물로.

 

논

유 : 여 봐. 벼 꼬라지 좀 봐. 우렁이 사다 넣은 건데 올해는 풀도 안 매버렸으니까. 어휴. 힘들어서. 삼각형으로 꽤 커. 이게 1500평이야. 애들이 모내기 체험 한 거.

디 : 논만 1500평이라고요?

유 : 논이랑 노지 다 해서 1500평. 어후. 근데 양배추 큰 일 났네... 여기 산책하기 좋은 길이야. 옛날에 용문산 갈 때 가던 길이야. 마찻길이라고 불러.

 

엄청 좋은 갈대

노지 밭 구경을 마치고 다시 돌아오는 길은 시냇가를 따라 난 오솔길로 들었다. 오디나무와 익모초 옆을 지나, 붉나무 옆을 지나... 갈대밭에 이르렀다.

 

유 : 여기 사람들이 저기서 산책하러 내려와. 그리고는 한 바퀴 뺑 돌아. 여기가 이쁘잖아.

방 : 좋네요. 사계절 다 예쁘겠네요.

유 : 이거 뽑아서 빗자루 만들어야하는데.

디 : 이거요?

유 : 이것도 참갈대야. 이 갈대가 빗자루 만드는 제일 좋은 거여.

 

참갈대
빗자루 만드는 참갈대

디 : 이런 색깔 빗자루 본 것 같아요.

유 : 우리 할아버지 이거 빗자루 몇 개씩 엮어. 우리는 빗자루도 안 사다 썼어.

이렇게 해서 이거는 방 빗자루야. 그리고 수수 빗자루는 부엌 쓰는 빗자루고. 이거는 갈대가 참갈대라, 옛날에는 고급이라고 했어. 없어서 못 비었어.

디 : 여기 많네요.

유 : 엄청나. 사실은 우리 이 풀을 다 비어다가 하우스에 넣어야 하는데. 이러는 거야. 염소를 키울까 소를 키울까. 나는 사실 소 한 마리 키우고 싶어.

유 : 엄청 좋은거야, 이게. 갈대.

디 : 두물머리에서 예전에, 전 국립수목원장님이 모셔서 산책 하면서 얘기 들은 적이 있었거든요. 강가에 갈대가 많은데 밭에 넣으면 좋은가? 했더니 갈대를 밭에 넣는 게 아주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유 : 물도 깨끗이 정화시켜주고 밭에서 최고의 퇴비야. 우리 돌다리에 갈대가 엄청 많았어. 그래서 그거 뽑아서. 만만찮아, 저 갈대뿌리가.

디 : 갈대 뿌리가 절대 안 없어진다고 하더라고요. 밭에 한 번 나면.

유 : 질기고도 질긴 거야. 내가 이리 쫘악 꽃 심었었는데 지금은 엉망이 돼부렀어.

웃음.

디 : 이건 뭐에요?

유 : 달맞이꽃이지. 여기 되게 많어. 일부러 비러 오드라고.

디 : 이 물가 깨끗해서 좋으네요.

유 : 애들 맨날 와서 놀아. 그런데 저기 집들 생겨서 오염되게 생겼어.

디 : 제가 처음 올 때는 집이 하나도 없었던 것 같은데.

유 : 응. 저기 집 엄청 들어왔어. 계속 짓는데 그래도 다 잘 팔린데. 사람들이 계속 들어와.

 

노지를 한 바퀴 돌고 들어와 카페 조성한 곳 쪽으로 갔다. 걸으면서 보이는 풀, 꽃, 나무들, 돌, 언덕, 그런 것들과 함께 사람들이 어떻게 어울려 노는지 설명을 해주시니 눈에 훤히 보이는 듯 했다.

 

유 : 이거는 느티나무고. 이것만 퍼지면 그늘이 좋아. 우리가 여기서 영화도 보고, 아빠들이 팜파티 할 때 기타도 치드라고. 여기 앉으면 디게 좋아. 가끔 일하고 내려왔다가 여기서 술 한 잔 먹으며는 이제 (해가) 내려가면 그날 일 끝이야. 하하하. 여기는 바비큐도 하고. 저기는 썰매장 하면서 겨울에 애들이 언덕배기를 내려가.

 

북적북적, 이웃들과 팜파티

디 : 농장은 다 갖추셨네요.

유 : 로드맵이 있는데 아직 다 안 됐어. 구석구석. 후회되는 거는, 저거를 다 헐어버리고 하나로 지었어야 해. 우리는 딸기체험이 끝나도 계속 밥 손님이 있어. 그러니깐 저기를 좀 깨끗이 해놔야 해. 작년 12월에 팜파티 시작해가지고, 봄에는 못하고 냅뒀다가 체험 끝나면서 6월부터 계속 팜파티를 했어. 9월달에는 주제가 쌀이야. 지난번에는 오이, 그 다음에는 토마토를 했어. 우리가 농산물이 있으니까. 그리고 8월달은 휴가철인데 체험도 그 와중에 많이 했고. 9월에 쌀이니까. 쌀국수로 하는 거야. 내가 하는 게 아니야. 재료만 줘. 그러면 돌아가면서 학부모들이 끌어가는 거야. 겨울에는 썰매대회를 해.

 

가온들찬빛 블로그. 썰매타는 동네 사람들.
올해 초 썰매타는 동네 사람들. 가온들찬빛 블로그에 올라와있다.

방 :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유 : 여름 내내 매일 와서 다 놀아. 뗏목타고. 애들이 계속 와서. 옥수수 까고 있으면 대 부대로 와서 도와주다가 술 갖고 오고…

노 : 여기 초등학교가 있어서 젊은 사람들이 꽤 많아.

방 : 많이 사귀셨어요?

노 : 어, 뭐. 코드가 맞는 사람들. 농장에서 여기 지역아이들 자리 빌려주고 팜파티 식으로 해. 자기들이 이번에 쌀 소재로 한다, 토마토가 나오면 그걸로 한다, 그렇게 가끔가다 하거든. 저번에는 내가 15가족으로 제한을 했는데 한 30가족이 와서 100명이 넘게 온 거야. 어후. 막.

방 : 어이구.

노 : 그리고 여기 옆에 ‘니***’라고, 리버마켓 자주 나가는 친구 있어. 도마 만드는 친구. 거기 가서 정력 쏟지 말고 여기서 뭘 좀 하자... 여기 군인아파트 들어오고 그러면서 사람이 굉장히 많아졌어. 여기도 잘 하면 문화가 뭐가 만들어질 것 같은데... 여튼, 우리집에는 한 2년 정도 밖에 안 나가도 먹고 살 수 있어. 저장고에 쌀 많고. 여름에 비와서 몇 일 못나가서 어떻게 사냐, 그래도 전혀 문제가 없어.

디 : 이 정도는 되어야.... 하하.

유 : 누가 와서 다급하지가 않어. 뭐, 많어. 저장되어 있는 게.

노 : 언젠가는 내가 어디 갔다왔는데, 경순이형이 여기와서 고기 삶아먹고 냉장고 다 털어먹고 아주 난리가 났어.

디 : 하하하.

노 : 술도 꽤 많았던 거를 다 먹고 갔어. 그 형들이 아주 꾼들이거든.

디 : 여기서 고기를 잡아요?

유 : 응. 여기는 맨날 조용할 날이 없어.

노 : 엊그저께 토요일에도 그냥, 아주 달팽이 잡는다고 그냥,

알 : 달팽이요?

디 : 다슬기. ㅎㅎ

유 : 우리는 주말에도 손님이 끊임이 없어.

 

시설없으면 안 와

농장의 많은 시설물 중에 유독 눈에 띄는 빨간 지붕의 공간으로 들어갔다.

카페
체험 카페

유 : 여기가 카페.

방 : 직접 하셨다든대요,

유 : 우리가 다 직접 했어. 이것도 태환이 아저씨가 직접 만든거야. 바닥만 일주일 했어. 이거 잘 만들었지? 이것도 다 우리가 재료 사다가 짠거야. 요즘엔 재료들 좋은 게 많더라고.

방 : 네. 오븐도 있네요.

유 : 쿠키 굽고 빵 만들고 다 해.

방 : 어마어마하네요.

유 : 이 난로는 애기아빠가 맞춘 거야. 생각 끝에 고안을 해가지고. … 농장은 그래도 어떤 사업이 계기가 되어서 시설하나 보태지, 내 돈 가지고 다 할라면 힘들어. 사실은 교육농장 하면서 저거 하나 했고. 소프트웨어 다 구축하고. 이거는 우리가 다 손으루, 둘이 한 거야. 그러니까 짓지. 인건비 안 나가고 그냥 자재만 사다가. 이것도 다 짜고, 저것도 다... 그래서 기계값이 더 들어가지. 웃음. 이게 교육농장하면서 목재 들여와서 손으로 다 한 거지. 그래서 하나씩 해 놓으니까... 그럴라고 돈 받을라고 기를 쓰고 기술센터로 가는 거야. 요즘에는 지원이 다 센터로 가잖아.

방 : 요즘 체험을 하면서 시설이 없으면 안 오잖아요?

유 : 안 올라고 해요, 벌써. 사람들이 자꾸 눈이 높아지니까 자꾸 또 다른 것을 요구를 해. 그렇게 많이 따라갈 필요는 없는데, 딱 체험 해보니까 위생적인 거, 그리고 안전문제 이거는 꼭 해놔야 돼.

방 : 생태화장실 만들어놨다가 어쩔 수 없이 간이 화장실 놓는 분들도 있고요.

유 : 나도 생태화장실 하고 싶었어. 그런데, 싫어해. 벌써, 거부감을 해... 그러니까, 우리끼리 있을 때는 이 폭기(거품식 화장실) 안 돌려. 그런데 누구 오면 폭기 돌려. 그러니깐 항상 아침에 누가 온다고 하면 화장실부터 다 점검하지. 청소 깨끗이 하고 거품, 폭기 돌려주고. 저기 세 개가 다 폭기야. 근데 하나는 망가지고. 두 개만 해도 충분하드라고. 그러니까 체험 한 번 할라면 아침부터 엄-청 준비를 해야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