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초감도 프로젝트 농부공부

인터뷰 7 _ 노태환, 유정숙 농부 (3) / 물가의 풍경, 무경운, 자연농, 태평농은 방치농이 아니다, 완전 순환 농장

인터뷰 7 _ 노태환, 유정숙 농부 (3)

/ 물가의 풍경, 무경운, 자연농, 태평농은 방치농이 아니다, 완전 순환 농장

시간 : 2016. 9. 5 (월)  낮 12시~ 3시

장소 : 용문 조현리, <가온들찬빛 농장>

조사원 : 디온, 알록, 방춘배

 

물가의 풍경

유 : 것도 굉장히 실오락지같은 메타세콰이어를 심었어. 그런데 이렇게 그늘이 좋아. 여기 앉어. 좀 쉬어. ... 여기 앉아있으면 재밌어. 지나가는 사람...

방 : 알록 뗏목 좀 타요.

웃음.

디 : 오리다.

유 : 응. 여기 왜가리도 많아. 고기도 꽤 괜찮은 것들이 많아.

우리는 한 동안 숨을 돌리고 우리가 건너온 시냇물 저쪽과 이쪽을 눈으로 훑으며 잠시 조용히 있었다.

디 : 저렇게 물에 닿아있는 버드나무, 저런 상태를 보기가 요즘은 힘들어요.

유 : 여기도 다른 데는 하상 사업을, 복구사업을 다했어. 지방하천들. 뚝방 세우고 하는 거 다 했어. 그런데 여기는 안 했어. 이런 데가 없어요.

방 : 맞아요.

유 : 벌써, 가을되면 달맞이꽃 좋다고 비러 오드라고. 응. 그리고 여기 애기똥풀이 노-래. 제일 먼저 와. 봄에. 그런데 비가 오고 바람에 이게 하늘거리는데 진짜 이뻐. 내가 동영상 찍고 다 했는데.

디 : 예쁜 거 좋아하시죠, 언니도.

유 : 나 혼자 열심히 가꿨지. 봄에 뺑 둘러서 꽃 심어놨지. 태환이 아저씨가 다음날 다 비어버렸어. 하하하. 풀이라고 다 예초기 쳐버렸어.

일동 웃음.

유 : 봄에 건너편에 뽕나무가, 저 봐봐. 아무나 따는 사람이 주인이야. 저기다 주차해놓고 오디 따느라고 사람들이 엄청 바뻐. 나는 정작 어쩌다 한 번 갈까 말까야. 여기가 재밌는 데야. 사실은 이렇게 숲이 우거져 있었잖아. 그런데 좀 비었어. 벌레 끼고 뱀도 있으니까, 너무 응달져서 그랬는데, 몇 나무만 가꾸고 옮기고 나머지는 비었어.

징검다리 건너는 아이들
징검다리 건너는 아이들.

그렇게 그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데 노태환 농부가 손님맞이를 마치고 돌아오셨다.

 

노 : 아니, 뭐 야유회 왔어? 얼른 와, 작업복 입어.

일동 웃음.

디 : 아저씨 여기 잠깐 앉았다 가세요.

노 : 다 됐죠?

디 : 아직 많이 남았어요. 호호

유 : 왜, 앉아봐. 주인장 이야기를 들어야지. 내가 얘기하는 거랑 또 다르지. 있잖아, 나는 교육을 하도 받고 눈이 높아져가지고 뭐 좀 하자고 그러며는 우리집 농장주가 “노!” 하면 끝나버리는 거야. 평정을 시켜버리는 거야. 그럼 난 아무 것도 못해. 이상과 꿈만 크지.

노 : 아유.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감당 못할 부분을 자꾸 해볼라고 하면 내가 피하는 거지. 또 구지비 그렇게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지금도 벅찬데. 어디 가서 뭐 듣고 오면 생각이 많어. 그래서 교육이 안 좋은 게 많어. 웃음. 특히나 기술센터나 이런데서 하는 교육들, 그네들은 굉장히 뛰어나고 실적을 내려고 하는 게 있어. 대개 고투입 교육들이여. 그래서 그걸 자꾸 배우면 안 돼. 그렇고 뭐든 게 다 그래.

노태환 농부
갈대를 든 노태환 농부.

유 : 눈에 띄어야지. 성과를 내야 하고.

노 : 그러니까 뭘 하려면 그 전께 부실해지고. 이게 되질 않고. 그러니까 총알이 없구 총만들고 대니는 거야. 지금도 제일 안타까운 게 그거야. 내가 농사가, 옆에서 보면 굉장히 잘 하는 것 같지만, 농장 돌아보니까 심난하지? 응? 아주 생태적이지? 막 뱀도 돌아댕기구.

디 : 얼마나 좋아요.

노 : 배추밭에 들어갔는데, 봄에 무경운, 그것도 주워들은 게 그 교육이 문제야. 작년에 고추 심었던 데다가 방울양배추를 심었어. 이놈의 게 순만 올라가지 생전 달리지를 않네. 이게 뒤집어본다고 갔다가 벌에 두 방을 쏘였어. 오죽하면 밭에서 벌을 쏘이냐, 농사꾼이. 허허. 그런데 야, 저게 달리긴 달리나봐.

디 : 저게 원래 되게 추울 때 나는 것 같던데요.

벙 : 서리 내리고 따요.

노 : 봄에 심어서?

방 : 네. 봄에 심어서 겨울에 따요.

노 : 근데 왜 아무리 봐도 줄기만 올라가지 없는 거야, 엊그제 가보면, 이게 이제 젖꼭지만하게 뭐 나온 거야.

방 : 그게 이제 클 거에요.

노 : 아우 나 환장하겠네.

디 : 그럼 저거는 왜 심으신 거에요?

노 : 아니, 이쁘잖아. 그리고 생식으로 들고 다니기 좋고 어쩌고 저쩌고 해서 심었더니.

유 : 모양내기는 좋지.

노 : 그런데 아무리 봐도 어떨 땐 풀에 다 덮혀 가지고.

 

무경운, 자연농, 태평농은 방치농이 아니다

디 : 그래도 무경운으로 하면 좋지 않으세요?

유 : 풀밭만들기 딱좋지. 맨날 들여다봐야지.

노 : 근데 무경운도 세밀하게, 잘, 자연농법이니 태평농법이니 이런게 다 근거가 있고 절차가 있는데. 그냥 결과만 보고 대충 이런 게 해도 된댄다, 이런 식으로 하면 아니야. 제초작업도 어떻게 해야 하고. 그런데. 대충 그냥 하면 된다드라 그러면 안 돼. 퍼머컬처랑 저투입농법도 그래. 퍼머컬처라고 해서 투입 안하고 관리 안하고 이런 것처럼 하면 안 돼. 유럽 애들은 굉장히 관리를 많이 해요. 그런데 생태적으로 많이 안 망가뜨리면서 관리를 잘 한다고. 그런 면도 농사에서는, 지속가능한 농사를 계속 해나가는 방법 중 하나가 농장을 좀 관리해나가는 거랑 자연스럽게 방치하는 거랑 그 기준, 선 이런 게, 그런데 나는 아직 관리하는 쪽이 더. 생태적으로 순환하는 것도 좋지만, 농장은 약간 관리하는 거, 그런 쪽에 중심이 있어요. 막 그냥 늘어놓고 이런 게 아니라.

디 : 저도 퍼머컬처를 작년에 배워서. 그런데 사실은 굉장힌 인위적이고 인공적인 설계를 많이 함유한 개념이더라고요. 그냥 놀린다는 게 아니라. 잘 가꾸고 관리해서 그 안에서 순환이 되게, 에너지가 잘 돌게.

노 : 그래요 철저하게 관리되고. 뭐 자연상태로 두는 게 제일 좋지만, 그게 안 될 적에는 그런 것을 예민하게 주위를, 자원도 써먹고 환경도 활용하고 깨끗하게 하고 그런 것들이 좀... 우리가 굉장히, 자기가 못하면 자연적으로 한다고, 방치해놓고 이런 경우가, 이론적으로 덮어버리는 게 많잖아? 웃음. 오죽하면 저번에 귀농학교, 강원도에서 사람들이 40명이 왔었는데. 아, 이게 별로 보여줄 것도 없는데. 그래서 제목이 ‘민낯 드러내기’야. 좀 얍삽하죠? 웃음. 그런데 그렇게 자기가 갖고 있는 자원이나 주변환경들을 잘 활용하는 것이 나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봐요. 외부에서 퇴비들 조금 들여오긴 했지만, 이런 것들(풀, 갈대를 들고) 잘 활용하고 그런 것들. 그리고 거기 가보면 농장이 굉장히 깨끗해. 밀도 조절이나 이런 것도 염두를 해. 퇴비도 방치를 안 하고, 걔들은 완전히 유기농은 아니지만 나름 굉장히 치밀한 관리 시스템이 있더라고. 아까 얘기했듯이, 제대로 관리를 안 하면 순환이 제대로 안 될 경우는 악영향이, 퇴비 쌓아놓고 지하수로 막 들어가고 이런 것들이 있어. 사람이 활용하는 한, 깔끔하게 하는 거나 보여주는 것의 중요함도 있어.

디 : 그런 부분들도 중요하죠.

노 : 나는 느낌이 좋고 아름답고 깔끔하고… 그런 거. ... 파머컬처라고 하는 거는, 내 생각은 그래. 사람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방치, 자연상태로 돌려놓지 않는 한은 방치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 방치하면서 굉장히 망가져. 내가 전에 여기 농장 하기 전에 와서 봤지만 방치하면 쓰레기통이 되드라는 거야. 지금은 보기에 어떨지 모르지만, 그때보다는 깨끗하다고 봐. 그래서, 나는 일단 농사를 잘 지어야 하고, 이쁘게 가꿔야 하고,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서 사람들이 와서 즐거움이나 이런 거를 찾았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 나는 별로 크게 생각하는 게 없어. 웃음.

디 : 농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이 농장을 통해서 가져갈 수 있는 거를 만들고 싶으신 거군요.

방 : 농업의 기능 중 치유도 중요하죠.

그늘
그늘에 앉아 진지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노 : 엊그저께도 한살림, 가족들이 와서 하루 놀고 가더니 너무 좋았다는 거야. 그날따라 옥수수 쪄서 물놀이도 하고. 그런 것들. 지역에서도. 여기도 만약 방치되어 있다면 풀밭이고 쓰레기고 그런 곳을, 내가 여기 풀을 깎어. 그렇다고 풀을 막 베고 싶은 생각도 없어. 언뜻 보면 잔디밭같어. 웃음. 그냥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관리. 그런데 어떤 때 보면 너무 지저분한 농장들이 있어. 좀 안 그랬으면 좋겠다. 그걸 자연스러운 것으로 덮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나도 뭐 잘 하지는 못하지만...

디 : 여기 땅이 되게 넓어 보이는데요.

노 : 여기까지 다 깎아줘야 돼. 내가 예초기질만 하는 것도 1000평이 넘어.

디 : 전체 면적이 어떻게 돼요?

유 : 3천평에서 1500평, 그러니까 대강 5천평이네.

노 : 노지 밭 가봤어? 어떻게, 양배추 잘 크나?

유 : 우리 양배추밭이 왜 그 모양이야?

노 : 왜?

유 : 다 뽑아먹었어.

노 : 뭐? 어이구. 이 고라니새끼, 엊그저께, 망을 막 뚫고 들어오드라고. 그래서 내가 쫒아내구 그랬는데, 아이구, 내가 그저께까지 봤는데.

방 : 고라니가 위로는 안 넘어오는데 아래로 기어서 들어온대요.

노 : 그러니까, 양배추가 없어?

유 : 전멸됐어, 전멸.

노 : 그럼 어제 그런 건데…

유 : 몰라. 거기다가 무나 심어야돼.

노 : 그런데... 먹었어? 먹지도 않았지?

유 : 그냥 뽑아놔 버렸어.

 

인터뷰를 좀 진지하게 해 나가려는데, 다시 고라니 이야기가 나왔다. 아이고, 고라니...  

 

완전 순환 농장

노 : 얼른 작업복으로 갈아입어. 인제. 일어나.

디 : 아이고. 웃음. 바쁘신 때 와가지고... 한 가지만 더 여쭐게요. 저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주변에 있는 자원을 잘 활용하는 사례를, 이거는 내가 좀 잘 하고 있다, 혹은 보완을 좀 하고 싶다 하는 게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노 : 나는 어쨌든, 생활에 대한 거는 자신 있어요. 나 먹고 쓰는 거. 음식물 쓰레기조차도 닭장으로 활용하고. 그러니까 필요이상의 낭비는 잘 안 하려고 하는 게 그렇고. 앞으로 하고 싶은 거는, 이 농장에서 완전 순환하는 거. 그리고 여기가 도시사람들이 필요한 부분들이 있어요. 거름이든, 화분이든, 뭐든, 흙이든… 도시에서 뭔가 하고 싶은 사람들이 와서 찾아와서 할 수 있는 센터 역할을. 꼭, 좀… 약간 쉬기도 하고. 서울에서 구하지 못하는 것들을. 어차피 교류를 하니까.

방 : 어떤게 필요할까요.

디 : 작물?

노 : 작물도 그렇고. 서울에서 도시농업을 한다고 해도 제대로 된 흙이 없거든. 여기서 흙을 만들어서 가져갈 수도 있고. 그리고 지역에서 같이 조화롭게 놀구. 흐흐흐. 지역 소비? 내 욕심인데, 일주일에 한 번 주말장터라도 한 번, 무인판매라도 한다고 몇 년 전부터 지금. 농산물 판매 코너라고 저기 자리만 잡아 놓은 거야. 도시에서 못하는 거 챙겨주는 거. 내가 갖고 있는 조건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잘 하고 싶은데 욕심이 많아서 그래.

유 : 그런데 생활도 해야 하니까. 같이 뭘 해야지.

노 : 그걸 생활의 원천으로, 어쨌든 농사꾼들이 자연경관 가꾸는 것도 그렇고 무조건 그냥 해야 한다는 생각들이 있어. 이제 그런 것들이 어느 정도 댓가가 필요한 부분들이 있어요.

유 : 사실 4대강 때문에 뺐겨서 그렇지.

방 : 농장에 들어와서 한 바퀴 쭉 돌아보고 설명을 듣고 그거에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 저도 생각은 해봤는데요.

노 : 농민의 시간 투자에 대한 댓가를 받아야 하는데, 우리나라 농민들이 그런 개념이 없잖아. 그런데 그거는 자기가 가진 것을 철저하게 관리를 하고 나서, 나는 그런 게 필요하다고 봐요. 어떻게 보면 야박하다, 장삿속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농사꾼이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도 봐. 이 다음에 후손들이 우리처럼 땀빼면서 죽어라고 일 할 것같아? 어떻게 할 건가. 농사꾼이 살아남는 게 문제여.

디 : 사실 퍼머컬처에서도 원칙으로 소출을 내라는 게 있어요. 원칙 중에 중요하게 다루죠.

노 : 여기 사람들이 와서 쓰레기를 엄청 버리고 가. 우리가 맨날 줍고. 우리가 말하면, 기분나쁘게 하는 사람들이 있어. 그런 사람들은 어디든 쑤셔 박고 가. 그렇다고 가져가라고 사정사정 할 수도 없고.

디 : 오염은 그 사람들이 다 시키면서, 농장 관리하는 것은 공짜로 누리려고만 하고 말이야. 웃음.

노 : 이 동네 오니까 쓰레기 태우는 사람들 너무 많아. 나는 양수리랑 용문이 같은 줄 알았드만 아주 딴 세상이야. 그래서 내가 아이고...

유 : 여기는, 오후 저녁 해질무렵에는 연기가 풀풀 올라와.

디 : 마을에서 그런 분위기가 있으면 좋을 텐데...

노 : 여기서 그런 얘기할 수 있는 상대가 별로 없어요. ...

 

멀리 강을 또 바라본다. 말문이 막히면 다시 먼 산 바라보고 그러면 다시 마음에 어떤 맴도는 이야기가 물 흐르는 사이 사이 새어나온다. 

 

디 : 바람 살살 부니까, 이러고 있다가 막걸리 한 잔 먹고 푹 자면 좋겠네요.

노 : 뗏목도 태워줄까? 우리 사공도 해. 사공.

유 : 옥수수를 한 솥 삶아놓고 가서 다 먹을 때까지 뗏목 타고 놀고 그러거든.

노 : 우리 마누라랑 둘이타면 안 가라앉고 딱 안정적이고 좋거든. 웃음. 그리고 양수리에서 지치고 그러면 와서, 무슨 모임 있고 그러면 와서 써.

 

유 : ... 그래도 옛날에는 맨땅에 헤딩하면서 했잖아. 그런데 유기농이라는 힘이 있었거든. 그런데 지금은...

노 : 대우도 받았고. 자부심도 있었고.

유 : 지금은 막힌 상태인데 희망이 없기 때문에 자꾸 찌그러져. 지금이 힘들어도 우리 시작할 때보다는 나은 건데, 영농조합법인이 있는 것도 우리가 시작할 때보다는 나은 건데 뭔가 희망이 없어서 힘든 거야. 왜 그럴까 싶은데, 워낙에 인제 전국으로 깔린 그게 있어서 그런데... 그래도 하다 보면 되지 않을까...

 

두 농부는 그렇게 농담을 늘어놓다가, 답답한 심정도 같이 실어 내어놓다가,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가 슬슬 일어나는 우리들에게 농산물을 챙겨주신다. 양배추 열 몇 개씩 담은 커다란 비닐봉투에다, 딸기 원액으로 만든 식초에다가, 아무리 손사래를 쳐도 이미 두 손 무겁게 짐봇다리가 들려있었다.  두 분의 이야기만큼이나 묵직한 것들. 다시금 시냇물 사이 징검다리로 폴짝거리며 건너오니, 두 농부와 농장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워만 보였다. 이 농장의 미래가  지금 눈에 보이는 저 모습처럼만 아름답기를 바라고 또 바라며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