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초감도 프로젝트 농부공부

인터뷰 4 _ 최대영 농부 (3) / 쌈채소 비법, 딸기의 딸기의 딸기의...,한 번 인연

인터뷰 4 _ 최대영 농부 (3)

/ 쌈채소 비법, 딸기의 딸기의 딸기의...,한 번 인연

시간​ ​:​ ​ 2016. ​11.25.​ ​(금)​ ​낮 3시~4시

장소​ ​:​ 조안면 송촌리 최대영 농장

조사원​ ​:​ ​디온

 

두 계절이 지나고 나서 방문한 하우스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딸기가, 하얀 꽃을 피웠고 엽채류 하우스에는 근대와 생채가 어린잎을 싱싱하게 피우고 있었다. 그런데 하우스 안에 묘한 냄새가 났다. 다슬기 냄새? 바닷가 냄새?

 

쌈채소밭
왼쪽은 케일, 오른쪽은 생채. 모든 쌈채소를 놀랍도록 고르고 싱싱하게 키우는 최대영 농부.

저온성 채소, 쌈채소

최 : 방금 액비를 넣었어요. 영양제도 주고 벌레도 잡아요. 과채 하는 사람들은 생선액비도 주기도 하지만 엽채류 하는 사람들은 액비하는 사람 잘 없어요. 그런데 나는 하지.

디 : 그래서 이런 바다 냄새가 났군요.

최 : 응. 물고기라구. 그리고, 올해는 나방이 많아서 수확량이 적은데, 고압분무기로 물이랑 주면 날벌레가 물에 맞아서 바닥에 파닥이잖아요. 그걸 손으로 잡고 있었어.

디 : 그렇군요. 두 계절이 지나고 왔더니... 이제 좀 춥네요.

최 : 여기가 딴 데 보다 추워요.

디 : 음... 산의 영향인가요?

최 : 그렇죠. 골짜기잖아요. 냉기가 골을 타고 바람으로 해서 여기로 오는 거죠. 저 아래 있는 하우스에 비해 햇빛도 덜 받고. 산에 가려서 더 추워요.

디 : 그래도 엽채류는 잘 크네요.

최 : 그래서, 내가 저온성 채소인 엽채류를 하는 거에요. 쌈채소.

 

최대영 농부는 다른 곳보다 온도가 낮고 일조량이 적은 이 땅에서, 오히려 그것을 잇점으로 삼을 수 있는 엽채류 농사를 선택했다고 하셨다. 방문한 날은 11월 끝자락으로 이미 밖에 겨울바람이 불었지만, 그날도 일부러 하우스 개폐기를 열어 찬바람을 어느 정도 쐬주었다고 설명하셨다. 생채를 찬 공기를 가지고 잎이 더 튼튼하고 두껍게 키워야 한다고.

 

디 : 그렇게 춥게 키우면, 생육이 더디고 양도 적게 나오지는 않나요?

최 : 아니죠. 더 무게가 많이 나가죠. 이렇게 키운 것들은 더 오래 수확을 할 수 있어요. 하우스 문 닫아서 따뜻하게만 키우는 것들은 금방 크는 대신에 얇고, 금방 지고. 똑같이 심어도 재배를 어떻게 하고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작물에 차이가 많이 날 수 있어요.

눈으로 보기에 고르고 깨끗할 뿐 아니라, 실제 잎은 두껍고 아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의 최고의 쌈채소 맛을 보여준다. 실제로 최대영 농부는 2012년 전국 친환경농산물품평회에서 채소류 부분에서 대상을 받은 바 있다.
눈으로 보기에 고르고 깨끗할 뿐 아니라, 실제 잎은 두껍고 아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의 최고의 쌈채소 맛을 보여준다. 실제로 최대영 농부는 2012년 전국 친환경농산물품평회에서 채소류 부분에서 대상을 받은 바 있다.

디 : 그나저나, 작물이 전체적으로 너무 고른 것 같아요. 또 줄도 똑바르게 딱 맞춰져서 예쁘게 자라네요.

최 : 내가 저번에도 말했지마는, 이렇게 하는 이유가, 이렇게 반듯하게 잘 키워야 한 번이라도 더 들어가서 만져주고 싶고 더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대충 대충 심으며는 드나들기도 대충대충 하고 관심도 그만큼 덜하고 그런단 말이죠.

 

여름에 방문했을 때는 차광막을 활용해 하우스 내 빛과 온도를 조절하는 이야기를 주로 들었으나, 초겨울에 밭에서는 생선액비를 주고, 날벌레를 손으로 잡고, 적절한 하우스 개폐로 온도조절을 하고, 고랑에 부직포를 깔아 풀도 잡고 고랑의 흙이 작물에 튀지 않게 하는 등 작물 관리를 위해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더 듣게 되었다.

 

딸기의 딸기의 딸기...

농장을 한 바퀴 도는데, 딸기 모종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겠다고 했다. 그래서 쫒아가니 모종상 한쪽에 검은 천을 덮어놓으셨다. 그 천 속에 딸기 런너(생식줄기)들을 포트에 이식 중이었다.

딸기의 생식줄기
딸기의 런너(생식줄기)를 자르는 위치를 손으로 보여주신다.
포트에 옮겨심은 딸기 런너들
포트에 옮겨 심은 딸기 런너들.  검은 천 아래에서 자라고 있다.

최 : 딸기 런너를 따서 모종을 할 때는, 이렇게 검은 천으로 덮어줘야 해요. 그리고 물을 주고.

디 : 런너, 몇 개나 하신 거에요?

최 : 저거요? 392주.

디 : 우와! 너무 정확하게 말씀해주시네요. 웃음.

최 : 응. 그게 내가 11판을 했고, 거기에 추가로 했거든요. ... 여기 이 런너에 보면 뿌리가 이미 나 있거든요. 이걸 한 요정도 자른다고. 그래서 핀으로 꼽아서 포트에 심으면 모종이 되는 거에요.

 

내년에 심을 딸기를 키워낼 어미 모종들. 작년의 딸기에서 뻗은 런너로 어미모종을 키우고 거기서 나온 런너를 또 키워 내년 딸기를 생산할 것이다. 그러면 또 내년 딸기에서 나온 런너를 잘라 어미모종을 만들고 거기서 또 내후년에 심을 딸기모종이 나오고... 씨앗으로 번식하는 작물들은 씨앗을 받아 보관하면 되지만 딸기는 런너로 번식하므로 대가 끊기지 않도록 런너를 잘 이어가야 한다. 그러려면 밭 일부는 모종을 키우는 용도로만 써야하고, 런너들의 대가 끊기지 않게 일년 내내 관리해야 한다. 실은 1년이 아니라 3-4년에 한 번씩 새 모종을 외부에서 들인다고 하시니까, 그 기간 동안 내내 딸기농사를 이어서 한다고 봐야할 것이다.

 

한 번 인연, 오랫동안 간직하기

예전에 상자를 한번에 10개씩 들고 논둑을 걸을 때 만드셨다는 고리 모양이 어땠는지 다시 여쭈었다. 아무리 말씀을 들어도 잘 모르겠다고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을 드렸더니 뭔가 생각나셨다는 듯이 창고로 들어가셔서 서랍을 뒤지기 시작하셨다. 몇 분 뒤, 그 고리를 찾아오셨다. 바닥에 박스를 그리시고 고리 끼우는 시늉을 해주시니 비로소 어떻게 하셨는지 알 것 같았다.

오래된 고리
20년 된 고리. 바닥에 상자를 그리고 끼우는 듯이 자세를 잡아주셨다.

디 : 아니! 어떻게 이걸 지금까지 갖고 계셔요? 지금도 쓰세요?

최 : 아니요. 95년도부터 한 5년 정도 사용하고 그 다음부터는 쓰지 않아요. 길이 생겨서.

디 : ... 그럼, 한 15년 동안은 쓰지도 않으시면서 보관하셨다는 말씀이세요? 처음 고리를 만들었을 때부터 치면 20년이고...

최 : 나는 한 번 인연 닿은 물건은 잘 버리지를 않아요. 저기 경운기도......

디 : 84년도에 구입하셨죠? 다른 하나는 96년도고요.

최 : 응. 96년도에 산 게 저거에요.

경운기
96년도에 장만한 20년 된 경운기. 84년도에 구입한 것도 아직까지 사용 중이다.

이번에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많은 이야기들이 들리는 것 같았다. 곳곳에 미처 보지 못했던 사물들이 20년, 30년간 이 농장의 흙과 더불어 지내며 저렇게 색이 바래져가고 있었다.  경운기는 어딘가 경외감이 일어날 정도였다. 이날은 농장 그림을 좀더 그려달라 부탁을 드리고, 얼른 일어서는데 무엇이든 한 번 마주치면 오래 인연을 간직하는 농부가  내 손에 쌈채소를 한 가득 쥐어주셨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두툼한 쌈채소에 밥과 된장을 얹어 우물거리면서, 그 맛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쌈채소에 오랜 시간의 맛이 베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