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초감도 프로젝트 농부공부

인터뷰 5 _ <두렁논> 심범섭, 심재법 농부 (1) / 인문학과 농사, 포크레인으로 밭갈고 둠벙파고, 물이 많은 산

인터뷰 5 _ <두렁논> 심범섭, 심재법 농부 (1)

/ 인문학과 농사, 포크레인으로 밭갈고 둠벙파고, 물이 많은 산

시간​ ​:​ ​ 2016. 9. 9.​ ​(월)​ ​낮 12시~6시

장소​ ​:​ '산으로 간 인문학' 두렁논 농장, 용담리1번지 일대 산과 밭

조사원​ ​:​ ​디온, 알록

심재법 농부님은 흔쾌하게 인터뷰 요청을 받아주셨다. 하지만, 농장까지 네비게이션을 찍고 올라가겠다는 말에는 난색을 표하셨다. 결국, 농부님 트럭이 앞장을 서고, 조사원 차량이 그 뒤를 따랐다. 때로는 ‘이것이 길인가?’ 싶은 의심이 드는 곳을 가로질러 울퉁불퉁한 산을 올라갔다. 농장 입구에 다다르니, 지금부터는 길이 거칠어 다른 트럭으로 바꿔 타고 가야 한다고 했다. 과연, 산길은 산길이었다.

ㅊ
농장으로 가는 산길. 울창한 숲이다.

재 : 이런 게 다 전답으로 있던 거라. 다랭이논이라고 아세요?

디 : 여기 계단식으로 되어 있는 거 말씀이시죠?

재 : 네. 이게 지금도 필지가 논으로 되어 있어요.

 

덜컹거리는 차에 타서 셔터를 누르는 것은 의미 없어 보였지만, 눈앞에는 층을 이룬 비정형의 땅덩이들이 보였다. 부우우우웅- 그렇게 비탈을 몇 분 오르자 갑자기 시야가 탁 트였다. 경사면이였다. 그리고 심재법 농부의 아버지이자 ‘인서점’의 주인이신 심범섭님이 맞아주셨다.

두렁논 입구
두렁논 입구.

알 : 와, 옥수수 봐. 우와-

디 : 우와-

알 : 우와-라는 말밖에 안 나와요. 안녕하세요!

범 : 어서오세요.

 

우리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큰 나무의 그늘 밑에 차려진 탁자로 가 앉았다. 심재법 농부는 곧바로 라면을 끓이러 가시고 그의 부친인 심범섭 농부님이 활짝 웃으며 우리를 맞이해주셨다.

 

범 : 요 고개만 넘으면 바로 목왕리이고.

디 : 여기 들어오니까 온도가 뚝 떨어지네요.

범 : 양수리하고는 3도, 5도 차이가 날 거에요. 우리가 느끼는 건데, 요 밑이 굉장히 더웠을 때에도, 여기만 들어오면 하여튼 시원해요.

디 : 그늘이 너무 좋으네요. 이 나무가 원래 있던 건가요? 마치 일부러 조성한 것처럼 아늑하네요.

범 : 이거는 고로쇠나무에요.

재 : 고로쇠가, 왜 캐나다 국기에 나오는 잎 있죠? 메이플 시럽이라는 거 있잖아요.

알 : 와, 메이플 시럽! 만들고 싶다.

범 : 그것 보다도, 기왕이면 전통적인 우리 먹거리로 하는 게 좋지.

심범섭 농부
전통적 삶과 먹거리의 문제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깊게 다뤄보고 싶다고 하시는 심범섭 농부. 1982년에 설립된 건대 앞 인문학서점 '인서점'의 주인이시다.

범 : 저기 내다보면 예봉산이랑 검단산이 딱 보이는데, 거기는 남한강 북한강이 만나는 거잖아요? 여기가 그 분지에요. 전통적인 풍수지리로 볼 때에도 대 강이 좌우를 막아주고 앞은 한강, 서울을 바라보면서 뒤는 고구려의 큰 땅을 배경으로 된. 어찌보면 옛날 사람들이 여기를 정들여 살았을 것 같은 명당이에요. 이름도 만만찮아요. 용담리 1번지에요. 실은 용담은 연못이잖아요. 연못은 저 아래 있는데, 왜 여기가 1번지일까? 이런 의문이 들어요. 우리도 여기서 농사를 지으면서 ...

재 : 밭에서 실은 희안한 것들이 많이 나와요. 우리 농사 짓기 전에 다른 사람들이 농사 짓지 않았잖아요. 그 속에서 개간을 하면서 짓다 보니까 땅 속에서 뭐가 막 나와요.

범 : 이거는 손으로 만든 기왓장인데... 이것도 그냥 나오는데, 이게 조잡스럽고 기계화되지 않은 아주 옛날 것 같아요. 연질토기도 있고... 내 생각에 옛날에 만만찮은 사람들이 여기서 살았을 것 같어.

어떤 이야기들이 가득 숨어있을 것 같은, 밭에서 발굴된 토기들.
어떤 이야기들이 가득 숨어있을 것 같은, 밭에서 발굴된 토기들.

디 : 목왕리로 들어오신 지는 알고 있었는데요. 여기 땅은 언제부터 하신 건지요?

범 : 목왕리로 온 지는 10년 넘었어요.

재 : 아버지, 여기 들어와서 우리가 개간한 게 언제이죠?

범 : 우리가 농사를 한 4-5년 됐으니까. 2012년쯤 될 거야.

디 : 제가 그 무렵에 뵈었을 때는, 이렇게 큰 계획은 아니셨던 것 같은데요.

범 : 그랬죠. 그때는 인서점 하고 있었으니까. 근데 서점이 안 되요. 그 서점은 1982년에... 문을 연 오래된 서점이에요. 당시 역사 환경이 어두웠을 때에요. 그걸 좀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과학이 필요하다... 해서 그 간판을 내 걸은 것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이에요. 군사정권 물리치고 민주정권 수립하자는 것을 간판에 내 걸고... 포승줄에 손을 묶는 그림도 그려놓고. ‘인간은 지식을 가진 무서운 동물이다.’ 라고 써붙이고 도전적으로 서점을 열었더니 많은 대학생들이 몰려왔었어요. 그래서 중앙정보부에서 감시도 하고 저를 붙잡아가기도 하고 책도 많이 빼앗기고... 당시에는 위태로운 짓을 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지식인들의 아지트 역할을 하고 의미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제는 책이 안 팔려! 웃음. 모금을 하고 이사를 하고 다시 열고 했어도 서점은 어려워서, 사람들이 이제는 산으로 왔지요. 인문학이 산으로 온 거죠.

디 : 말씀 너무 재미있는데 배도 고프네요! 웃음.

범 : 그래요. 먹읍시다.

 

고로쇠나무 그늘 탁자에 식사가 차려지고 깻잎이 향기로운 라면을 나누어 먹었다. 보통은 간소하게 도시락을 싸오셔서 점심을 해결한다고 하셨다.

 

농부와 옥수수와 고라니

 

디 : 두머리부엌에는 뭐 놓으러 오신 건가요?

재 : 옥수수를요. 많이 주문받았는데 생각보다 안 나와서, 맛이나 보시라고 갖다 뒀어요. 여기 고라니랑 멧돼지가 하도 득시글거려가지고 고구마나 옥수수는 심을 생각을 못했었어요. 그러다가 아시는 분이 전기 목책기를 설치해준다고 해보라고 해서 했는데. 그랬더니 안 들어오드라고요. 그래서 올해는 고구마를 심었어요. 옥수수는 올해 처음 심다보니까 너무 웃자란 것도 있고 그래서 생각보다 잘 되지는 않았는데, 저희 생각으로는 어쨌든 이 산골에서 고라니와 멧돼지한테 고구마, 옥수수 뺏기지 않은 것만으로도 엄청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알 : 새들도 많지 먹지 않아요?

범 : 새들은 오히려 도와줘요. 옥수수에 벌레 생기면, 고추에 벌레 붙으면 새들이 와서 먹어주는데.

디 : ... 그런데 옥수수가 키가 무척 크네요. 거의 2미터 50센티? 3미터?

범 : 그러니까, 농사 못 지으니까 이렇게 되는 거지요. 농사 잘 지으면 옥수수가 크고 키가 안 크는데, 우리는 못 지으니까 키만 크고 옥수수는 안 크고. 그런 우스운 일을 하드라고. 허허.

디 : 음. 그래도 나와준 게... 웃음.

범 : 응. 그런데 옥수수는 농사가 재미있더라고. 농사는 못 짓는데 맛은 더 있어. 그러니까 구라파에서는, 과일이 당도가 너무 높으면 폐기처분한데요. 우리랑 반대로.

알 : 왜요?

범 : 과... 그러니까 일종의 비만이지. 사과의 원래 균형있는 맛이 있는데, 그걸 넘어서면. 우리는 현재 인간의 입맛에 맞게 자연을 조작을 해서, 만드는 게 우리가 농사 지어보니까 그것도 고민해볼만한 일일 것 같어요. 실은 잡아먹는 것도 미안한 일인데.

디 : 농부님들이 다들 조금씩 고민하시는 것 같아요. 인간과 자연의 경계랄까? 인간 삶의 부분하고 자연 삶의 부분하고 어디에서 타협하고 조건을 맞춰 살아야 스스로 당당하게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친환경 농사, 유기농사 하는 것도 어렵고 돈도 많이 못 버는데도, 뭔가 자연에 대해 미안한 마음? 같은 것을 갖고 계세요.

알 : 여기 맨날 오세요?

범 : 네.

디 : 댁은 계속 목왕리 이시고요?

범 : 네.

재 : 여기서도 일이 많으니까 여기서 지내기도 하고 서울에도 일이 있다보니까 목왕리에 못가는 일이 많아요.

디 : 일은 정말 많으실 것 같아요. 웃음. 처음 땅 얻으실 때는 소개받으셨나요?

범 : 그렇죠. 그리고 우리도 알아보고. 주인공인 우리 막내아들 재법이가 솔선해서 찾아보고 여러 사람이 논의도 하고, 자금조달 문제서부터...

재 : 부용리 밭은 너무 비싸서 엄두가 안 나고, 여기가 훨씬 저렴해서 오게 됐어요.

디 : 어떻게 농사를 지을 생각을 하셨는지요? 아버님은 서점 인연으로 그렇다고 해도.

농기구
두렁논의 농기구들

재 : 인환이 형이... 제 농사 스승이니까요. 흙이랑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고 마음이 좋드라고요. 그런데, 농사도 중독이라고, 돈이 되든 안되든 농사를 짓게 되니까. 그냥 크는 걸 보면 마냥 좋아요. 봄에 5월에 논에 모 심어놓으면 하루가 다르게 시퍼래지고. 푸르게 뒤덮고. 그런 걸 보면 마음이 감격하는 게 있잖아요. 가을에도 그렇고. 마음에 오는 뿌듯함이나 전율 같은 게 있어서 농사를 짓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범 : 중독이라고 하면 나쁜 말이잖아요. 좀 불공평한 것 같애. ‘독’이라는 말은 해치는 것인데, 아름다움, 행복에 중독되는 것은 좀 다른 긍정적인 말 하나 만들어야 될 것 같애. ‘독’이라는 말 말고.

알 : 열광?

디 : 빠져든다... 뭐 그런 게 아닐까요?

범 : 아니, ‘중독’이란 말처럼 뭔가 좀더 강렬한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디 : 그럼 ‘강렬하게’ 빠져드셨군요.

심 + 범 : 맞아요. 맞아.

재 : 또 인환이형이나 하는 하우스농사랑 노지농사는 완전히 세계가 다르더라고요. 노지는 거칠기 짝이 없고. 생각할 것도 많고 망가지는 것도 많고 어렵고 그런데. 하우스랑 노지는 크는 거 보면 완전 달라요. 땡볕에 축 쳐져있 다가 밤에 이슬을 받아서, 또 추워지면 확 크고 그런 걸 보면 완전히 달라요. 하우스에서 자라는 것들은 항상 좋은 조건에서만 자라다보니까 너무 야들야들하다고 할까. 그런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범 : 우리 몸에도 사실 자연에서 나오는 게 더 좋고. 어차피 나는 출발이 먹물이라... 근거를 늘 그렇게 찾지. 자연이 더 좋다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인문학이라는 이름을 빌려서..  그런데, 우리가 처음 여기 와서요. 몇 년 동안 모닥불을 놨어요. 그게 여기 사는 모든 생명들에게 경계를, 인간에 대한 양보를 해야한다는 것을 알리는 영역표시로 한 거였어요. 그들에게 너무 지나치게 해서는 안 되겠고. 나무를 벨 때는 절까지 하고. 미안하다! 그랬다고 나무한테 뭔가 다 갚아지지는 않아요. 그래도. 내 마음으로 기억하기 위해서. 그리고 제제작년엔가 저번에 벼락이 떨어졌어요. 가족들이랑 지인들이 와서 거기에 절하고 술 붓고 제사를 지냈어요. 그래서 알고 보니까, 벼락이 양평에 엄청 많드라고.

디 : 네. 웃음.

범 : 그러나 벼락을 때리는 것에 대해 인간이 자연에 대해 못된 짓을 한 것을 좀 사과하는 의미로 삼자.

알 : 밭에 벼락이 치면 엄청 좋지 않아요?

범 : 좋죠. 그런데 엄청 놀랐어요. 우리가 한 70미터 위에 있었는데 하필이면 나는 그 쪽을 보고 있는데 꽈다당 하면서 벼락이 치는 것을 봤어요. 벼락이 엄청 큰 나무를 때리니까 부서져서 날아가는데 저기 숲까지 날아가요.

알 : 우와.

범 : 벼락을 직접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거에요. 자연을 그러니까 함부로 봐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이런 경고가 왔다고 하고 제사를 지냈어요.

 

이 농부들이 처음 맞닥드린 자연은, 언제나 멧돼지와 고라니가 출몰하고 밭은 몇 톤짜리 바위와 한아름 나무가 쭉쭉 자라나는 곳이었다. 그러니 몇 해 동안 이어진 옥수수를 사이에 두고 농부와 고라니 혹은 멧돼지와의 힘겨루기가 어떠했을까. 인문학을 평생 사명으로 해온 이 부자에게 물질의 힘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자연은 매혹적이고도 두렵고 설득도 화해도 쉽지 않은 어떤 형태였을 듯하다. 아마, 이것이 모든 농부가, 모든 인간이 겪는 태초의 모순이고 시련이고 시험이지 않을까.

 

포크레인으로 밭 갈고 둠벙 파고

디 : 처음에 여기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재 : 처음에는... 고개를 돌려서 저 산을 바라보시면, 웃음. 저거하고 이 밭하고 똑같았다고 보시면 되요. 전부 산이었어요. 휴경지가 5-60년 정도 지나면 나무의 굵기가 한 아름 정도가 되요. 그거를 처음에는 개간하려고 포크레인을 불러서 일주일을 써봤더니만, 하루에 60만원짜리가 일주일 하면 몇 백 만원이 나오는 거에요. 겁이 나서 이거는 안 되겠다. 그거는 포기하고, 처음에 개간한 상태에서 2년 정도를 농사 짓다가 더 이상은 안 될 것 같다… 중고 고물 포크레인을 하나 사서 그거로 개간을 시작해서, 밭을 후벼 파서 돌을 골라내고. 그 돌이 어마어마해요.

디 : 지금 눈으로 보기에도 어마어마 해요.

재 : 밭에서 돌이 1톤짜리, 몇 톤짜리가 나오고 하니까. 그거를 다 짊어져서 분류를 해서 놓고. 그러면서 밭을 조금씩 일궈가면서 농사를 진행하고..

디 : 혹시 저기 있는 것이 그건가요?

재 : 그렇죠.

 

농기계 포크레인
농기계 포크레인과 심재법 농부

 

디 : 직접 하셨을 줄이야...

재 : 여기서는 원칙이 모든 것을 품을 사서 하며는 안 되요. 일단 품을 사서 하면, 내 생각하고도 다르기 때문에, 비용으로도 품값을 감당을 못하고. 여러 가지 그간의 어려움이 많았었어요. 일단 농사를 지을래면 밭은 포크레인으로 일군다 치고, 그 다음 물이 필요하잖아요. 물을 산골에서 구할 데가 없어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여기가 물이 나요. 그런데 신기하게 산꼭대기에서 나요. 보통 물이 나면 저 골짜기 밑에서 나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저 위에 보이는데 거기에서 물이 솟아 올라와요. 웃음. 물을 만드는데 여기서 한 열 몇 군데를 물을 찾아서 포크레인으로 파 봤어요. 날이 가물면 밭에서 물이 어디에서 나는지 대충 감이 잡히더라고요.

 

물이 많은 산

디 : 아, 관찰을 해보면.

재 : 네. 분명히 물이 없어야 되는데 축축하다든가. 일단 저희는 농업용수도 필요하고 식수도 필요하고 그래서 물을 만들었는데. 저 꼭대기에서 나오는 거는 양도 괜찮고 물 맛도 괜찮고 그래서 저쪽 옆에다가 물탱크를 묻어서 요 밑에 차 댄 곳, 거기로 자연적으로 내려와서 식수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디 : 동력 없이 말씀이시죠?

재 : 네. 높낮이가 있고 저 꼭대기에서 나는 물이다보니까 동력 없이 물을 받아서 사용하고 있어요. 농업용수는 일단, 샘을 만들어서 거기 있는 것을 쓰기도 하지만 양이 그걸로는 부족해서 담수를 해서 보관하고 저장할 곳이 필요하다 생각해서 연못을 밭 중간에 만들었었어요. 그런데 그 연못이 2년 정도 지나니까 제 기능을 못하더라고요. 물이 처음에 많이 모일 것 같아서 만들었는데, 물이 그다지 많이 모이지 않아서 좀 더 내렸어요, 위치를. 거기를 그냥 흙을 메워 밭으로 만들고 밑으로 만들었어요. 저 밑에. 둠벙을 만들었어요. 그 다음에 요거는 얼마 전에, 애들 오면 수영장 하라고 조그마하게 만들었는데. 저 위에 옥수수밭이 키가 엄청 크잖아요. 왜 그게 그렇게 키가 컸냐 하면, 밭에서 물이 나오는 거에요. 도랑도 파 주고 그랬는데 밭 한 가운데에서 물이 솟아 올라와요.

디 : 아, 물이 올라오는 자리군요,

재 : 항상 질척해서 수분이 많으니까 옥수수가 물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수분이 꽉 차서 키가 엄청 크는 거에요. 그래서 안 되겠다 해서 중간에 옥수수를 잘라먹고 포크레인으로 들어가서 유공관을 여기까지 묻어서 내려왔어요.

범 : 거기 땅 속에 샘이 있는 거에요.

재 : 그렇죠. 그거를 그냥 버리기는 또 아깝고 해서 유공관을 해서 여기 담아둔 거죠. 그만큼 물이 없어서는 안 되고 또 많으면 안 되요.

디 : 이렇게 직접 해보신 분들에게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처음에 눈으로 봐서는 잘 모르잖아요. 직접 해보셔야 알잖아요.

범 : 그럼. 겉으로는 잘 몰라요. 지금 여기서 보면 배추밭, 파란 거, 노란 거 뒤집어 씌운 데 있죠? 거기가 샘을 팠어요.

디 : 그럼 배추는 물 마를 날이 없겠네요?

범 : 물 마를 날이 없어요. 하하. 땅 속에 한 1m 아래 지하수가 지나가면 더 좋아요.

재 : 잘못해서 물을 너무 빼버리면 그것도 문제라고 하더라고요. 그럼 또 마른대요.

디 : 게다가 여기는 산흙이라서 두물머리 흙처럼 투수성이 아주 좋지는 않을 것 같아요. 어느 정도는 물을 머금고 있을 것 같은데요.

범 : 그렇죠. 그리고 산에서 물을 계속 내려주니까 축축해요. 그런 장점이 있죠.

재 : 그리고 여기 밭 아래가 암반이에요. 전부다 산에서 머금은 물이 여기 밭 지대가 암반이니까 위로 밀어내서 솟아요. 가생이를 따 줬는데도 불구하고 저 밑으로 내려가서 올라오는 게가 있었던 거죠.

범 : 양평군에 물을 검사를 했어요. 그랬더니 물 수준이 제일 좋아요.

디 : 그 물도 먹어봐야 겠네요.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요?

재 : 수질이 완전 A급이에요. 여긴 오염될 것이 없으니까.

디 : 너무 좋으시겠어요. 좋은 물 찾기가 참 어려운 세상이잖아요.

범 : 맨날 30-40개씩 물을 싣고 가서 서울 가서 나눠줘요.

디 : 있다가 저도 하나 떠 갈게요. 웃음.

범 : 물값은 좀 내야 되요. 웃음

재 : 밭도 한 번 둘러볼까요?

디, 알 : 네!

재 : 그럼 여기 둠벙 먼저 보구...

 

두근대는 마음으로, 두 농부의 뒤를 따라 숲으로 들어갔다. 싱그러운 풀과 나무의 향이 피부의 몸과 마음의 세포들을 깨우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