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초감도 프로젝트 농부공부

인터뷰 5 _ <두렁논> 심범섭, 심재법 농부 (2) /물이 솟는 자리들, 유기농 고추 다섯물 따기, 도토리 줍고 버섯 따고

인터뷰 5 _ <두렁논> 심범섭, 심재법 농부 (2)

/물이 솟는 자리들, 유기농 고추 다섯물 따기, 도토리 줍고 버섯 따고

 

시간​ ​:​ ​ 2016. 9. 9.​ ​(월)​ ​낮 12시~6시

장소​ ​:​ '산으로 간 인문학' 두렁논 농장, 용담리1번지 일대 산과 밭

조사원​ ​:​ ​디온, 알록

 

물이 솟는 자리들

밭의 이곳 저곳에 샘이 있어 우리의 발걸음이 우왕좌왕했다. 여기도 있고 저기도 있고.

 

재 : 이 안에 샘을 판 것만 하나, 둘, 셋, 넷.. 한 여섯 개 되겠다. 그러니까 물 나올 때마다 판 거에요.

디 : 그러니까 지금은 물이 부족하시지는 않겠네요.

재 : 네. 저희는 가물었을 때도 물이 없던 적은 없어요.

디 : 명당이네요!

재 : 물이 나는 데는 풀이나 나무가 있는 게 달라요. 나무는 버드나무, 버드나무가 있는 데는 무조건 물이 있는 데에요.

디 : 네. 저기 입구에 버드나무가 큰 게 있기에 물이 있구나 했어요.

재 : 저기 물이 졸졸졸 나오죠. 물을 퍼서 쓰잖아요? 그럼 주변에 있는 물들이 또 나와서 엄청 많은 양이에요. 미꾸라지하고 우렁이 넣어놨어요. 어, 저기 있다! 토종 우렁이 해보고 싶어서 넣어놨어요.

연못. 둠벙
<두렁논>의 농업용수를 담당하는 아랫쪽 둠벙. 오리나무, 버드나무, 고로쇠나무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범 : 우리 손주들이 열 세명이에요. 놀러오면 여기 와서 놀구.

재 : 우렁이 무쳐먹으면 맛있더라고요.

디 : 이거는 버드나무 같고, 저거는 고로쇠?

재 : 네.

디 : 저 키 큰 나무는 뭔가요?

범 : 오리나무에요.

디 : 아. 오리나무도 물을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그럼 이 나무들은 여기 원래 있던 나무들인가요?

재 : 네.

디 : 둠벙만 파 주신 거고.

재 : 네.

디 : 인공적으로 만들었기는 하지만 주변을 보면 자연스러워요.

범 : 이렇게 제대로 만들었으니까 물이 고여있지. 자연을 이해하고 만들었으니까 그렇지.

디 : 이게 언제 파신 거지요?

재 : 올해 초에 만들었어요. 둠벙이 저 위에 있었던 것을 이리로 가져온 거지요.

디 : 그런데도 안정감이 있어 보이네요. 이미 여기에 고마리라든지 수생 식물들이 눈에 띠네요.

 

마르지 않는 샘물과 그 안의 식물들을 잠시 바라볼 수 있었다. 잠깐 동안에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또 다른 둠벙을 보러 이동했다. 이동을 하는 동안에도 발밑이 축축했다. 이끼도 끼어있고, 산당귀도 피어있고...

 

맨앞둠벙
농장 입구. 옥수수밭과 배추밭 아래에 둠벙이 있다. 

디 : 물이 여기 계속 나오네요. 여기도 돌 혼자 다 쌓으신 거에요?

재 : 네. 그렇죠.

범 : 물이 얼마나 맑으며는 가재가 나왔어요.

디 : 와. 가재요? 저는 초등학교 때 보고 여지껏 못 봤는데요.

범 : 그러니까 땅을 팠는데 가재가 나오는 거 보면 거기 물이 있는 거지.

디 : 네.

재 : 이쪽 밭에서 나온 돌을 여기에 쌓은 거에요.

디 : 여기 밭 모양이, 얼핏 보기에는 좀 특이해 보이는데요. 경사 따라서 일부러 골 모양을 내신 건가요?

재 : 네. 가물은 데는 이렇게 가로막듯이 이랑을 만들면 물이 가둬지고 물을 뺄라면 이렇게 밑으로 하고요.

디 : 지금은 물이 많아서 이렇게 골을 내신 거구나.

배추밭 끝에서 둠벙쪽으로 바라보며 찍은 사진. 경사도를 확인할 수 있다.
배추밭 끝에서 둠벙 방향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 경사도를 확인할 수 있다. 물은 화살표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재 : 네. 그리고 여기 유공관이 깊이가 2m 정도 돼요. 처음에는 물이 왜 안 나갈까 안 나갈까 했는데, 물이 이 밑에서 올라오더라고요.

 

우리는 또 이동해서, 둥글게 땅에 꽂아놓은 이상한 모양의 파이프를 보았다. 그곳도 물이 나는 자리였다.

사이폰
사이폰 원리로 물을 끌어올려 아래로 이동시키는 곳.

재 : 이게 땅속 3미터에서 퍼 올리는 건데, 여기서 물이 나잖아요? 그러면 거기를 2-3미터 파서 유공관을 세로로 쭉 박은 거에요. 거기에 호스를 집어넣어서, 그 깊이만큼 저 아래로 내려가요. 물을 한 번 넣었다가 빼주면 물이 나오잖아요. 사이폰 원리라고.

범 : 이게 저 밑에 하우스까지 내려가는 거에요.

디 : 제가 아까 물이 여기서 나온 건가요?

범 : 아니, 그건 또 다른 거고. 하하하.

디 : 번호를 붙이셔야 겠어요. 1번 우물, 2번 우물 이렇게. 웃음.

 

유기농 고추를 다섯물 따기

물이 솟는 자리들을 찾아가며 점점 언덕의 끝으로 올라오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고추밭이 펼쳐졌다. 

9월의 고추. 푸르고 잎이 다북하다.
9월의 고추. 아직 잎이 푸르고 다북하다. 

범 : 우리 고추 고랑 넓이를 한 번 보세요.

디 : 밭 폭이 엄청 넓네요.

재 : 여기 밭 폭이 2m50cm 정도 돼요.

디 : 왜 이렇게까지 넓게 하신 건가요?

재 : 고추가 농사 중에서도 엄청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쉽지 않고. 일조량 맞춰줘야 하고 바람 잘 통하라고 이렇게 넓게 해주었어요.

디 : 나무 하나가 엄청 왕성하게 잘 자랐네요.

범 : 노지에서 지금 살아있는 고추가 별로 없어요. 다 죽었죠. 우리는 이만큼 넓게 해줘서 고추가 행복하게 자라게 해주고. 병이 안 나요.

재 : 그리고 네트. 이 고추를 네트로 매주면 잎이 퍼지니까 바람도 잘 들어가고 햇빛도 잘 들어가서 고추가 잘 돼요.

디 : 좋은 포인트 같아요. 고추가 통기가 되게 중요해 보이는데 아주 빽빽하게 심고 붙들어매고 하다보니...

재 : 이게 심은 것은 빽빽하게 심은 거에요. 주간거리가 27센티밖에 안 돼요. 넓게 한 대신 좁게 심었어요. 대신 양쪽으로 퍼지니까요.

디 : 이거는 어디서 보고 하신 건가요?

재 : 이거, 농민신문에서 한 번 바왔던 거에요. 더 효율적으로 하려면 네트를 치고 양쪽에 심어요. 그러면 수확량이 2.5배 정도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그렇게까지는 안 하고요. 그리고 줄보다, 네트가 훨씬 편한게, 네트 구멍으로 알아서 들어가서 커서 안 쓰러져요.

매년 다섯물을 딴다고 하는 고추의 비법
매년 다섯물을 딴다고 하는 고추 두둑. 

디 : 그래서 많이 달리나요?

재 : 지금이 9월 초잖아요? 지금 이 시기에 잎이 이렇게 무성하게 되어서 고추 따는 데는 드물 것 같아요. 저희가 지금까지 고추를 4물 땄어요. 이게 다섯 물째인데요.

디 : 와. 지금 더위에 죽거나 비에 녹거나 병이 오거나 하는데요.

재 : 저희가 해준 거에 비해서는 고추가 너무 잘 되어서 민망한데요. 원인을 골똘히 생각해보면, 강력한 이유 하나가, 처음 이거 심어놓은 다음에 7월정도 까지 아무것도 안해줬어요. 여기 거름이 얼마 엄는 상태에서 기비를 조금만 주고 심어놓고, 8월 초중순까지 추가 거름도 안하고 물도 안주고 키웠더니 처음에 억세게 거칠게 큰 거죠. 다른 데서는 수확하고 그럴 때는 힘없고 매가리 없이 지냈어요. 뜨거운 여름을 강하게 자라다 보니까 병충해를 이기지 않았나 싶구요. 그 후에 여름 지나서 평균 온도가 30도 이하가 되니까 이제 잘 되지 않았나 해요.

디 : 고추를 유기농으로 키운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재 : 고추가 노지에서 하기도 힘든데, 유기농이라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하죠.

디 : 그렇죠.

재 : 이렇게 해서 키워야 유기농이 되지, 기존에 하던대로 다닥다닥 해서는 유기농으로 키울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범 : 그리고 말뚝을 쇠로 하니까 튼튼해요.

재 : 네가 고추말뚝 이것 저것 많이 고민해봤는데, 나와있는 거를 다 하려면 몇 십만원 들어요. 그런데 고물상에 갔더니 이거는 쇠값만 주면 돼요.

디 : 이거 다 자르셨을 거 아니에요.

재 : 네. 잘랐죠. 무거운 게 문제인데 대신 튼튼해요. 그리고 안쓰면 나중에 고물상 갖다주면 다시 돈으로 받아요.

디 : 예치금인가요. 하하.

재 : 그렇죠. 하하. 그리고 고랑에 풀을 잘 안매고, 풀이 어느 정도 올라왔을 때 예초기로 날려주고 날려주고. 풀들이 어느 정도 있으면 고추 해충에 대한 천적이 되는 벌레들이 사는 집이 된다고 해서요.

 

도토리 줍고 버섯 따고

재 : 오른쪽에 곤드레랑 담배도 심었는데 성공하지 못했고. ... 여기 밭을 종류를 달리해서 이렇게 저렇게 심다보니까, 퇴비 나르고 그러는데 길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일주도로를 둘레로 이렇게 내서 물도 빼주고. 그런데, 아까 호밀이나 헤어리비리 이야기하셨잖아요? 저는 이 옥수수가 녹비작물로 아주 괜찮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해서 덮어놨다가 밭에 갈아 넣으면 좋은 녹비작물이 되는 것 같애요.

디 : 네. 다른 농부님도 그런 분들이 계셔요.

재 : 아, 그분도 직접 해보셨데요? 아, 그럼 제 생각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구나...

디 : 그럼, 옥수수가 녹비가 된다는 거는 그냥 경험으로 직관적으로 아신 건가요?

재 : 네. 사실은 호밀이나 헤어리비치도 생각은 해봤었는데, 그거는 그것만 심어야 하는 거니까. 옥수수가 실은, 거름도 적었고 지난 번에 비가 와서 바람이 엄청 불었을 때 옥수수가 한 번 쓰러졌어요. 그런데 한 2주전에 쓰러지니까 수확은 할 수 있지만 마지막에 굵어지지를 못했어요.

 

이런 저런 작물 이야기를 하며 뒤따라 걷는 중에, 통, 토토통, 토통 소리가 났다. 앞서 걸어가시던 심범섭 농부가 바닥에서 무언가를 줏어 통에 담고 계셨다.

도토리
왕도토리들. 이 농장에 주요한 수입원이다.

알 : 왕도토리에요.

재 : 아직 이른데, 올해는 벌써 떨어지더라고요. 종류마다 떨어지는 시기가 좀 다르더라고요.

디 : 이거 주워서 무엇 하시나요?

재 : 우리가 도토리가루를 만드는데, 이게 우리 주수입원 중 하나에요. 도토리가루가 얼마나 비싼지 아시죠? 고춧가루랑 거의 비슷해요.

범 : 우리 온 가족이 줍느라고 난리에요. 그리고 도토리묵을 만드는 건, 우리 전통적인 삶에서 아주 대단한 지혜이고 과학이에요. 그리고 그 작업하는 과정의 어려움이 있지만 협동, 이런 것들은 정말 행복해요. 도토리 가루 만들고 쑤어서 묵을 만들고 묵을 가족들, 주변인들 와서 먹을 때, 동네 잔치가 되고 하는 거는 대단한 거에요.

디 : 네. 그렇겠어요. 이건 메밀이네요.

메밀밭
메밀밭

범 : 현대인들의 입맛이 맛있고 부드러운 것만 먹잖아요? 그런데 우리 전통 먹거리는 거칠었어요. 그러니까 거칠은 먹거리를 생산하는 게 우리 두렁논의 주 사업이에요.

재 : 이것도 올해 처음 심은 건데. 여기 그 뜨거운 때에 심었는데, 식물이 대단한 게 이 땡볕에 다다음날 다 나는 거에요.

디 : 이게 또 밀원식물이라 벌을 많이 끌어들이겠어요.

범 : 그럼. 내가 또 벌에 관심이 많아요.

고라니 발자국
도토리를 주으며 걷던 길. 고라니 발자국.

디 : 여기는 고라니 전용도로 인데요?

재 : 그간에 피해가, 아휴 말도 못해요.

범 : 고라니 보면 떼려 죽이고 싶어!

 

아마 가장 솔직한 심정이셨을 것이다. 도토리가 그렇게 많이 떨어져 있었던 길인데, 고라니 발자국이 더 빼곡했던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 있다.

 

재 : 왼쪽에 이게 고비에요.

디 : 고사리로 착각한다는 그 거군요.

범 : 고비도 종류가 많아서 함부로 뜯어먹으면 안돼요. 근데 이건 참고비.

디 : 좋은 것들이 많네요.

범 : 이게 논인데, 작년에 농사지었는데 멧돼지가 와서 다 망가뜨려서 올해는 안 했어.

재 : 작년에 조카애들 오면 모심기를 하고 싶어해요. 그래서 모를 구해다 심어놨는데, 아무튼 멧돼지가 맨날 와서 여기서 분탕질을 하고 뛰어놀고 그래서 올해는 안 한다...

디 : 산이 좋은데 야생동물과의 관계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재 : 그런데, 아부지 저게 쌀이여?

범 : 아니, 갈대여.

디 : 음, 저 끝에 난 거요?

재 : 아, 아니겠지? 멀찌감치 보니까 모르겠네. ... 아부지, 그게 아니다! 여기 벼가 있어!

디 : 와. 웃음.

스스로 자란 벼
스스로 자란 벼.

재 : 이게 바로 자연농법인가보다! 이야.

범 : 아니, 그러네!

디 : 야, 여기 그루만 베시고 그냥 두신 거 아니에요? 줄 맞춰 났는데요?

범 : 이게 어떻게 된 거냐? 안 심었는데? 어머, 이것도 벼다! 이것 참, 자연농법이네? 시도하지도 않았는데 자연농법이 됐어! 그루터기가 살아있었구나, 작년 게.

디 : 작년에 베셨어요?

범 : 베지도 않았어요. 아이쿠, 올해도 뭐 벼를 수확을 해야겠다. 웃음.

디 : 씨 할만큼은 나오시겠는데요?

재 : 그러게요.

 

밭을 한 바퀴 돌며 갓버섯, 그물버섯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 숲의 모습이 많이 건드려지지 않아서다양한 식생들이 펼쳐져 있었고 농부들은 그것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주었다. 농장 주변을 다 돌고 오니 두 농부의 표정이 한결 여유로워져 있었다. 풍요로운 산. 마치 신선놀음을 하듯, 시간이 거짓말처럼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