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초감도 프로젝트 농부공부

인터뷰 6 _ 김정금 농부 (3) / 화단의 의미, 흙과 멀어지는 사람들, 10년뒤 흙에서 딸기 키우기

인터뷰 6 _ 김정금 농부 (3)

/ 화단의 의미, 흙과 멀어지는 사람들, 10년뒤 흙에서 딸기 키우기

시간 : 2016. 9. 7 낮 11시~ 3시

장소 : 두물머리, 어린농부 딸기농장

조사원 : 디온, 알록, 슉슉

 

화단의 의미

김 : 돈 들여서 하는 게 아니라서 확 좋아지는 건 아닌데, 확실히 좀 정갈해지고 좋아졌다고들 해요. 집은 상관없었어. ... 농장을 예쁘게 하면 되지. 내가 남편한테 정리정돈 하자고 맨날 잔소리해요.  근데 남자들은 별로 안 그러나봐. 희안하지? 나는, 내가 하나 예쁘게 했어, 그럼 맨날 농장에 오고 싶어. 그래야 농사가 잘 되지.

슉 : 맞아요. 어느 시골길을 가는데 뚝이나 화단을 예쁘게 가꿔둔 거 보면 정말 기분이 화사해지고 얼마나 감사한데요.

김 : 응. 시골에 가보면, 너무 감사한 거야. 전라도 할머니들 보면 자기네 마당을 진짜 정갈하게 해요. 세멘 안 해도 밭은 밭처럼, 화단은 또 한쪽에. 들여다만 봐도 너무 예쁘고. 감사한 일이죠. 나이 들어서 농사를 줄여야 되는, 할 수 없이. 또 생계에 대한 책임에서 좀 벗어나서. 그런 분들이 할 수 있는 거지요. 우리 저쪽에 다리 밑에 제충국이라고, 그것도 충제에요. 그리고 여기다가 쭉 사과를 심을 거에요.

디 : 사과요?

김 : 아, 알프스 오토메라고 요만한 거. 그리고 다년생 꽃을 심어야 좋아요. 이런 식으로. 대추도 좀 심었더니 올해 열렸드라고. 여기는 길로 만들 거거든. 그리고 나도 계속 길을 조금씩 넓혀갈 거거든요. 저기는 그냥 풀밭으로 두고 예초기 하려고. 그리고 제충국은 봄에 꽃피고 여름에 싹 잘라줘요. 그때 씨가 엄청 떨어져서 지금 가 보면 바글바글하게 있어요. 그걸 삽으로 떠놓으면 내년 봄에 아주 예쁘게 펴요.

디 : 네. 그렇군요.

디 : 이것 저것 많이 심으셨네요. 이 옆은?

김 : 파밭이라... 참... 여기 메발톱이 꽃이 오래가고 예뻐요. 도라지는 누가 모종 쪼금 주길래 심었고. 이거는, 알프스 사과. 그런데 방제 안하면 과수는 하나도 못 먹는 것 같아요. 저게 그나마 사과 중에 재래종에 가깝다고 해요. 그래서 그나마 병충해에 강하다는데. 그리고 혹시 디기탈리스 같은 거, 해놓은 데 있어요?

미래
김정금 농부가 직접 그린 미래의 꿈의 밭. 밭 주변으로 제충국이 둘러있고 앞쪽엔 사과나무 밭이 되어 있다.

디기탈리스는 벌레 기피식물 중에 하나이다. 김정금 농부는 제충국을 비롯해 벌레를 막는 다양한 식물들을 농장에 심어 농장을 아름답게 가꾸면서 동시에 벌레를 막는 것에 관심이 많으셨다.

 

디 : 이 울타리 콩은 옆집에서 하신 건가요?

김 : 옆집에 아저씨가 해놓으셨어요. 여기 와서 다 따가셔. 웃음

콩 울타리. 농약이 날라드는 것을 방지하는 가림막 역할도 한다.
콩 울타리. 농약이 날라드는 것을 방지하는 가림막 역할도 한다.

김 : 저거를 해놔서 저기는 괜찮고. 이쪽 옆에도 할아버지도, 농약을 많이 하셔요. 그래서 제가 일부러 주변 경계(에 식재)를 하는 거에요. 나무나 화단이나 저온고 같은 것으로 경계를 하는 거지요.

그래서, 파 같은 걸 하셨기 때문에 화학비료 많이 하셨었겠지... 그리고 뒤에 소나무밭이라 너무 좋은데, 바로 옆이 농약하는 분이라. 그래서 저렇게 콩 울타리 해놓은 거 제가 좋아해요.

디 : 중요한 부분이네요.

 

흙과 멀어지는 사람들

김 : 요즘에 식물공장이 있잖아요. 공부를 많이 쫒아다니는 사람일수록 그런데 관심이 많아요. 진짜 무균실처럼 깨끗하게 해서 키운데요.

디 : 사람이 흙이랑 멀어지기 시작하는데, 그 속도가 점차 심해지는 듯하죠.

김 : 정말 그랬데요. 체험하러 초등학교 애들이 정말 미친 듯이 노는 거야. 집에 갈 생각을 안하고. 엄마들은 앉아서 수다떨고. 아이들이 체험장을 뺑뺑뺑뺑 돌면서 놀아요. 봤더니 애들이 놀지를 못하는 애들이야. 영어유치원 다니고 매일 학원 다니고... 세상에 못 논 거를 그날 다 노나봐.

디 : 필사적으로요!

김 : 맞아요. 필사적으로 놀아요.

슉 : 저희도 ‘강들학교’하려면, 시골 아이들도 요즘은 다 집 안에서 놀게 하다보니까 밖에만 나오면 아이들이 뛰고 싶어해서 통제가 안 되요. 그래서 아얘 수업 시작 첫 1시간은 무조건 아이들 뛰게 하고 시작해야 겠다 생각해요.

김 : 맞아요. 인공잔디 한다고 해서 모래를 깔았어요. 그런데 할머니들이 뭐라 뭐라 해. 왜 그러세요? 했더니 모래 묻히고 집에 오는 거 싫어서. 그리고 애들이 놀아서 시끄럽다고. 그런데 보면, 아이들이 진짜 신나게 놀아요. 보기 좋다고.

 

실험실같은 딸기밭

김 : 하우스는 여기가 5월 달에 바람 많이 불 때 찢어졌었어요. 찢어진 거를 메꾸느라고. 지금 얼기설기 메꾸놓은 거에요. 수단그라스만 재배했다가.... 태양열소독 못하고 바로 심어야 해. 그리고 여기는 저렇게 로타리 친 다음에 두둑을 만들어요. 그 다음에 태양열 소독 중이에요.

 

하우스를 완전 밀폐하여 태양열로 멸균하는 작업
하우스를 완전 밀폐하여 태양열로 멸균하는 작업

디 : 아우, 뜨거워라....

김 : 이렇게 되며는 선충 죽고. 좋은 점이 씨앗이 완전히 죽어서 멀칭 안 하고 해도, 풀이 안 나요. 안그러면 멀칭 할 때까지 풀을 한 번 메 줘야하거든요.

디 : 이 통들은요?

김 : 생선액비도 만들고. 토착미생물, 부엽토 갖다 넣어서 물 넣고. 그 다음에 딸기. 맨 끝에 남은 딸기 따로 만들고. 남편이 만드는 거는 자닮 오일. 그 다음에 칼슘제 같은 거. 아주 오랫동안 녹여놔야 하고. 그걸로 추비 주는 거에요. 아미노산... 딸기가 아미노산을 많이 필요로 해요. 그리고 광합성 배양균을 기술센터에서 받아서 하고.

디 : 직접 제작하신 건가요?

김 : 네. 남편이. 액비나 칼슘 다 만들고.

 

10년 뒤, 흙에서 딸기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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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카페. 창가에 측백나무가 드리운다.

우리는 2층 카페로 올라가 동서남북 경치를 바라보면서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먼 미래에 대해 질문했다.

디 : 지금도 좋지만, 조만간에 퇴비장도 만드시고 그러면 더 좋으시겠어요.

김 : 네. 더 좋겠지요. 그리고 그걸 남기고 싶어요, 앞으로 10년 뒤 목표가, 여기 구석구석 버려진 공간들을 정말 예쁘게 잘 하고. ... 그리고 시설 농사도 화학농법으로 가지 않고도 토양농사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진짜 모델이 되고 싶어요. 땅을 제대로 만들어가지고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조건이 어쩔 수 없잖아요. 땅값 비싸니까 연작할 수밖에 없고. 시설 할 수밖에 없고. 그런 상황이라면, 그런데 다 농학자들이나 지도사들은 결론이 다 양액재배야. 그런데 안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연작 해도 토양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그게 유기재배라서 가능하다는 것을 해내고 싶어요. 우리도 사는 길이고. 그래서 제 생각에는 유기물을 한 5%까지만 올리면 가능할 것 같아요. 내년엔, 한 해는 담수하고 한 해는 녹비작물을 심는 데 시간을 좀 쓰자. 욕심내서 매년 녹비작물 심으려고 하면 마음이 너무 급해지는 거에요. 그래서 내년에는 담수 하는 걸로. 올해 녹비작물 했으니까.

디 : 담수하는 거는 염류를 빼는 거고, 녹비작물은 영양분을 끌어올리지 않나요?

김 : 올려주지는 않아요. 걔네가 빨아당겼다가 땅에 다시 환원되는 거라서. 대신 유기물을 더 넣는 효과는 되죠.

디 : 아. 물성이 바뀌니까...

김 : 그 영양분을 작물이 갖고 있다가 서서히 풀어낸데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최소 2년은 걸리겠죠. 그리고 부식이 더디 되는 것을 넣어야 겠지요. 염류는 충분하니까 톱밥, 대팻밥 같은 것으로. 밖에서 부식 시켜서 하면 충분히 넣어도 해가 없을 것들. 그렇게 해서 유기물을 높혀가는 것.

그리고 늘 토양검사 하면서 관리하는 것. 지금도 1년에 2-3번해요. 그리고 우리는 계측기가 있어요. EC, PH 다. 뿌리부분을 재배하면서 계속 쟤봐요. 다 뒤집어엎어서 검사하면은 EC가 2.5~5까지 나오는데, 재배하는 동안에는 1.2 정도 나오거든요. 또 추비 줄 때도 질소질을 많이 주지 않아요. 생선액비로, 아미노산 액비 주는 거 거든요. 인산하고 가리 주는데, 인산은 불용화되어 있는 거라서 땅에 있어도 작물이 못 먹으니까. 그리고 가리는 열매 맺는 것들은 꼭 필요로 하는 것이에요. 그런 것들 녹여서 주죠. 질소는 많이 안 줘요. 토양 개량제도, 흙살림에서 좀 사서 넣었고요. 올해에도 200포 사와서 넣고 있거든요. ... 연작이 가능하다! 그거 제가 해볼게요.

슉 : 꿈의 과제네요... 요즘에 공자 읽고 계시다고요. 

김 : 사람이 살아가면서 지킬 도리에 대해서 읽어요. 그런 공감대가 필요해. 오늘은 좀 특별한 날이라, 실컷 떠들고 있는 건데요. 다른 형제들하고 도무지 할 말이 별로 없어요. 우리 언니들은 맨날 미용 얘기들만 하고. 나이가 들면서 점점 그래요. 아주 심해져요. 심지어 우리 애아빠는 초등학교 친구들 있잖아요. 그런데 60대 되면서부터는, 너무 다 다르게 살아왔다보니까, 너무 다른 거에요. 그래서 갈수록 친구들 만나는 게 힘들어요. 그나마 마이스터는 농사의 가치관이 달라서 그렇지 농사를 지으니까. 그런데 깊이 이야기를 못하는 게 언제든지 돈만 있으면 양액재배 하려고 있고, 체험 해야하니까 친환경 하고, 농약이 검출만 안 되면 하려고 하고. 그래서 참, 점점 맘 놓고 얘기할 만한 사람 만나는 게 점점 어려워지는 거에요. 솔직히 내 농법을 배우러 올 사람이 없어. 마이스터 자격증을 따는데요. 마이스터가 되려면 시험도 보고 시험관이 농장관리 상태를 보고 또 구두로 남을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도 봐요. 그렇게 힘들어요. 그런데, 제가 마이스터를 따면, 제가 멘토가 되어야 하는데 저한테는 올 사람이 없다고 보는 이유가, 지금 그렇게 가고 있기 때문에. 귀농하는 사람들도 아얘 치우쳐서 와요. 아얘 자연농 하려는 사람이랑 아얘 첨단 농업하려는 사람. 그런데 대개 딸기 처음 시작하려는 사람은 다 베드재배 해요. 그래서 시기심이 생기는데, 마음을 다독여야 하죠.

디 : 네...

김 : ... 그래서 두물머리 안에 있었을 때가 좋았다고들 해요. 물론 너무 술만 마시게 되어서 좀 그랬지만.

 

농부가 10년 뒤 이루고픈 꿈은, 흙이  스스로, 지속적으로 생산성을 갖는 딸기 농장이다. 그러나  농부의 말처럼, 이렇게 마음을 다독이면서 하는 농사, 땅 위에 허리굽혀 하는 유기농사를 다음 세대도 이어서 하겠다는 이가 나타날지는 모른다.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 농사법이 있더라도, 아무도 그런 농사를 짓지 않는다면. 유기농은 단순히 화학제품을 쓰느냐 안 쓰느냐 그 이상의 문제이다. 이 농장의 딸기맛을 본 사람들이 농부에게 고마움을 표했듯이, 그 자식들도, 그 자식의 자식들도 계속 이 맛을 그리워하게 될 수 있기를 빌어본다.